매거진 자기 정돈

사진

2024년 8월 27일 화요일

by 곽다영


사진을 좋아한다. 찍히는 일은 영 낯설고 어색하지만 사진을 찍고, 게시하고, 이전에 찍은 사진을 보는 일을 꽤 즐기는 편이다. 인물보다는 주로 하늘과 바다와 꽃을, 아름다운 공간과 사물을 찍는다.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기 전에는 따로 디지털카메라를 챙겨 다니기도 했다. 이제는 아이폰 카메라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수준의 사진을 얻을 수 있으니, 짐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바로 찍을 수 있어서 편하다. 어디를 가나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사람들을 본다. 주말이면 동네 골목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능소화가 늘어진 담벼락 아래에서, 예쁜 카페나 식당 앞에서, 녹음이 우거진 공원 산책로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 선 사람들을 본다. 팔을 쭉 뻗어 자기 얼굴을 찍는 사람들, 연인을 예쁘게 담기 위해 자세를 고쳐가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이의 사진을 얻기 위해 종종거리며 아이를 쫓아다니는 어른들, 웨딩 촬영을 나온 사람들. 사진은 기록이고 놀이이고 자랑이고 행복이고 예술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지금 내가 보는 장면을 다시, 더 오래 보고 싶어서이지 않나. 지금을 남기고 기념하고 싶은 마음이지 않은가. 어째서 누군가는 그 사진을 다르게 쓰고 싶어 하는 걸까. 그들 중 누가 그 사진을 다른 방식으로 수집하고 소비하고 싶어 하는 걸까. 내가 본 사람 중에도 그들이 있을까. 그런 사람들은 어디 멀리, 내가 모르는 음지에 있는 소수의 이상한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22만 명은 너무 가깝다. 우리는 이제 누구의 표정을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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