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0일 화요일
대구에 있는 독립 서점에서 책을 재입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세 권의 책을 박스에 포장해 우체국에 갔다. 보통은 한 번 입고할 때 다섯 권, 많게는 열 권을 보내지만 더러 두세 권을 요청하는 서점도 있다. 책 한 권에 쓰이는 마음과 시간과 공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기에 단 한 권의 입고 요청도 소중하다. 마음 같아서는 내 책을 받아준 서점들에 전부 들러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므로 우선은 부지런히 책을 팔기로 한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우체국에 사람이 꽤 많았다. 책을 만들고 나서 우체국에 갈 일이 정말 많아졌다. 전에는 동네에 우체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로 살았는데, 이제는 하루에 두세 번씩 방문하기도 한다. 우체국에 갈 때면 늘 기분이 좋다. 내 책이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감각이 더없이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만든 책이 박스에 담기고 차에 실려 내게서 멀어진다. 긴 도로를 달려 대구에도 가고, 부산에도 가고 바다를 건너 제주에도 간다. 나보다 더 멀리, 더 많은 곳에 책들이 가는 게 재미있다. 서점에 들른 누군가가 내 책을 들어보고 페이지를 넘겨보고 그러다 책을 사기로 결정하면, 책은 또 어딘가로 이동할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지극히 사적인 공간 한편에 내 책이 놓여있는 장면을 상상하면 이상하게 목이 조금 멘다. 책이 그곳에 가기까지 지나간 공간과 시간과 거리가 아득하고도 끈질겨서. 무엇보다 책을 옮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고맙고도 아름다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