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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다영 Sep 11. 2024

나아지기보다는 덜 나빠지기를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가정용 혈압계를 산 후로 아침마다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수축기: 79mmHg, 이완기: 49mmHg에 맥박은 94 bpm이었다. 올해 평균을 확인하니 85/57mmHg에 83 bpm이다. 아무래도 저혈압인 듯한데, 의사로부터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따로 진단을 받은 적도 없기에 딱히 조처하고 있지는 않다. 저혈압의 증상 중에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이 있는지 찾아보니 몇 가지가 들어맞긴 한다. 가령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거나, 걷다가 갑자기 어지럽고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그렇다. 어떤 날은 자려고 누워 있는데 문득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기도 한다. 아마도 유방암 수술과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암 진단을 받은 후로 몸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치료의 부작용이겠거니 지레짐작하는 버릇이 생겼다. 몸의 어딘가가 쑤시거나 찌르르할 때, 어느 부위에 낯선 자극이 느껴질 때, 갑자기 기운이 훅 빠질 때, 현기증이 날 때, 구역질이 날 때. 그럴 때마다 그게 암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몸 어딘가에 다시 암세포가 생겼다고 상상하는 건 그 자체로 저주처럼 느껴져서 저어하게 된다. 이제는 몸에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그러다가 다시 추워져서 오소소 소름이 돋아도, 잠을 자지 못해서 몽롱하거나, 기운 없는 채로 며칠을 보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몸이 변하거나 어떤 상태에 머무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그런 채로 살고 있다. 나아지기보다는 덜 나빠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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