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3일 금요일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예나 지금이나 명절을 좋아한다. 그사이 십 년, 명절을 싫어하던 시기가 있었다. 결혼 직후부터 바로 몇 년 전까지, 꼬박 십 년 동안 명절을 싫어했었다. 결혼 전에는 좋아하던 것을 결혼 후에 바로 싫어하게 됐으니 이유는 명백했다. 결혼이 명절을 싫어하게 했다. 결혼 후 첫 명절은 설이었다. 기억하기로 연휴가 시작되던 날 신촌에서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로 연휴의 첫날에는 늘 술을 마셨고, 다음날은 숙취와 씨름하며 종일 침대에 누운 채로 보내곤 했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집에 가서 음식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술을 마시고 있으면 어쩌냐고 했다. 아 그런 건가, 나 내일 어디 가야 하나, 나 내일 못 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지못해 집에 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설 전날 점심때쯤 시댁에 갔다. 나는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음식을 만들고 담고 그릇을 씻고 뭔가를 옮기고 어딘가를 닦고 치웠다. 그건 명절 준비 혹은 차례 준비라고 하는 거였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고 마음을 착하게 먹으려고 해도 일단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하물며 일을 할 수 있는 여섯 명의 성인 중에서 나는 일을 못 하고 또 안 하는 쪽에 있는 사람인데도 그랬다. 나는 당연하게도 곧바로 명절이 싫어졌다. 십 년을 그런 채로 살면서 어떤 이유를 찾아 헤맸던 것 같다. 그런 명절을 보내지 않아도 될 명분이나 구실 같은 것을, 아니면 나 스스로를 설득할 만한 거리라도 찾고 싶었다. 결국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한 채로 나는 발을 뺐다.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거나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고 그냥 하던 걸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되나, 마음이 불편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시작했으므로 그렇게 끝낼 수밖에 없지 않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 후로는 다시 명절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