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피쓰 퍼즐

과 전 남친 앞에 나타난 큐피트

by 장유록

애인의 임시거처에서 무료한 틈을 타 함께 천피스짜리 퍼즐 맞추기를 했다. 두 세시간에 걸쳐 농담도 하고 음악도 들으며 도란도란 퍼즐을 맞췄다. 천 피쓰를 다 맞추고는 잠시 두었다가 그대로 들어서 다시 상자 속에 모든 조각을 남김없이 쓸어 넣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 조각이 숨어있다가 이제는 헤어진 애인 눈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일까. 그것도 애인이, 아니 전애인이 직접 찾은 것이 아니고, 전 애인이 임시로 호텔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방청소를 하시던 어떤 꼼꼼한 메이드분이 이 한 조각을 찾아내셔서 애인 손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걷어차고선 빛의 속도 급으로 다시 붙잡았던 사람이다. 몇 번의 애원 끝에도 끝내 붙잡히지 않았던 터키 아이스크림 같은 전 애인은 부메랑처럼 돌아온 퍼즐 한 조각을 보고 어떤 생각 끝에 섰을까.





퍼즐을 다 맞춰 갈 때쯤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발단은 나였다. 퍼즐 조각 하나가 불량이거나 없어서 완성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냐며 불안해했다. 애인은 회사가 그렇게 띄엄띄엄 만들었을 리 없다며 퍼즐 제작회사 측을 옹호했는데, 회사를 운영 중인 아버지를 둬서인지 기업이 하는 일에 신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퍼즐 회사는 일도 잘해서 모든 퍼즐 조각이 잘 들어있었고, 우리는 문제없이 퍼즐을 완성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작은 퍼즐 조각 모양 구멍이 하나 생겼다. 없을까 봐 불안하구나, 마음을 얼러주길 바라는 MBTI F형 인간(공감을 좋아함)에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어, 너는 대답만 해)인 나는 그의 대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려고 했던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회사 측 옹호 발언은 답정너 고사에서 가장 적절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 후로도 여러 답정너 고사에서 낙제한 애인은 주최측의 알 수 없는 혼돈 카오스적 평가 기준에 의아해하다 떠나갔다.






우리의 호박고구마 이별을 예측한 퍼즐 한 조각이 혼란한 틈을 타 슬쩍 숨어버렸고 큐피드 역할을 하겠다며 지금 이렇게 다시 전 애인 앞에 나타난 것일까. 무리를 이탈한 이 퍼즐 한 조각은 너희는 다시 만나 완성될 것인지. 영영 한 조각이 사라진 채로, 서로를 영영 잃어버린 채로 살아갈 것인지 묻고 있었다.



하나가 없더라도 회사의 결백은 이미 증명되었으니 그냥 못 본 체할 것인가 아니면 999조각을 맞추고 한 조각을 찾아 헤맬지도 모를 한 인간을 긍휼히 여겨 연락할 것인가. 이것은 미련인가 인간에 대한 인류애인가.



구름 없이 파란 하늘 부분의 퍼즐 조각들처럼 어디에 끼워 맞춰야 할지 난감한 그의 마음이 퍼즐 사진과 함께 전해졌다. 퍼즐을 인질 삼아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인지 그의 심중이 궁금했다. 모든 것이 애매한 밤 11시였다.







퍼즐은 여전히 999조각뿐이다. 천 개의 조각을 함께 맞추며 했던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질 않고 한 조각을 놓친 후 이야기만 남았다. 도주한 퍼즐 한 조각은 빈자리의 소중함을 지독히도 깨달은 나를 보며 제 할 일은 다 했다며 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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