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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록 Oct 30. 2022

고향에서 다시 날아오르는 H

남해에서 만난 사람, 이 동네에서 가장 매력적인 H

Mais prenez garde à ma beauté 하지만,  아름다움을 조심하세요

À mon exquise ambiguïté 내 절묘한 모호함을.

Je suis le roi du désirable 저는 탐나는 것들의 왕이에요.

Et je suis l'indéshabillable

그리고 저는 닿을 수 없는 사람이죠.

- 노래 'Le plus beau du quartier'(동네에서 제일 잘생긴) , Carla Bruni



"카르나 브루니의 'Le plus beau du quartier' 들어요!"

그의 차를 타고 가면서 어떤 노래를 들을지 묻는 내게 그는 말했다.

"뭐, 뭐?"

불어인  같긴한데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물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읽을  없는 노래를 틀어보니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리 저기 쇠섬에 갈까요?"

H 남해의 풍경을 타고 흐르는 샹송에 흠뻑 빠진 내게 물었다. 요가를 다녀오는 길이었을 . 함께  작업실로 향하는데 남해에 속한 작은 섬인 '쇠섬' 보였다. 해수면이 낮을    걸어서 섬으로 들어갈  있다고 해서 '쇠섬'이라고 이름 붙었다고 한다.


"! 가자."


H 가자고 하는 곳이나 하자고 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좋았다. 아직 아홉 시도 되지 않은  침에 이제 차도 들어갈  있게 길이  쇠섬으로 차를 틀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걸어서 10 정도면  돌아볼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었다. 우린 섬을 청소하러 오신 듯한 노란 조끼 3인방 아주머니들과 마주쳤는데, 서로가 서로의 등장이 의외라는  잠시 눈을 꿈뻑였 지만,  서로 웃으며 인사했다. 아주머니  분은 마주 앉아 간식을 나눠 드시고 계셨다.  아침에도 작은 섬까지 손길이 미치는 것이 신기했다.


인사를 드리곤 조끼 3인방 아주머니들의 시야를 피해 적절한 곳을 골라 요가 매트를 펼치고 누웠다.

"아으, 아으, 아으."

뜨거운 걸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마음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웠다. H는 벤 치에 누웠다. 우리는 아무말 없이 한참을 누워 있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라 H 곁에선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H 무엇이라도   있고, 어디라도   있는 자유를 사랑한다. 그는 남해에서 태어나  랐고, 흙을 치대어 무엇이라도 만들  있는 자유에 이끌려 남해를 떠났다. 가보고 싶었던   부지런히 가고, 약하다고 느껴지는 마음이 사라지도록 무술까지 배우며 해보고 싶었던  들을 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리웠던 남해로 다시 돌아왔다. 좀더 건강해지고 단단해진 몸과 마음을 안고.


H 처음 만났던 , 나와 친구는 상주 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바닷가 요가 수업을 받은  였고, 남해에 이렇게 예쁜 분들이 계신지 몰랐다는 또다른 참가자였던 H 사탕 발린 말에  라당 넘어가서 그와 함께 저녁식사 자리까지 함께 하였다. 벌겋게 끓어오르는 김치찜을 가운  두고 친구와 나는 H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같았다. 그는 영화 '아멜리아'에서 남자 주인공을 몰래 짝사랑하던 여주인공 '아멜리아' 같기도 했고, 어떤 로맨  코메디 영화에서 보았던 영화배우 '손예진' 같기도 했다. 눈이 특히 맑고 예쁜데 장난끼가 가득해서 이야기를 하다 가끔씩 멍하게 풀려버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H 자기  몸을 희생  모두를 즐겁게 하는 불꽃놀이처럼 팡팡 터졌다.


 만남의 강렬함이 가시기도 전에 H 먹을 것을 사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함께 남해  즐길 낭만주의자들을 수집하고 있다.


"생각보다 남해를 즐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같아요. 서울엔 한강에 나가면 사람들이  득하잖아요. 그런데  예쁜 바닷가를 즐기는 남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같아요."


H 말했다. 도시의 쪽잠을 자는 사람들은 한강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곤 하지만, 지천이  다인 남해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다를 즐기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나도 귀촌 초기에는 매일   바닷가에 나갔지만, 오고 가며 매일 바다를 바라봐서인지, 바다에도 감히 무뎌지는 것인지 바다에 점점 나가지 않았다. H 남해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아직도 매일 같이 감탄한다.  대폰에 더이상 사진을 채울 용량이 없을 정도로.


그는 자동차에 우쿨렐레 싣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악기를 치며 노래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을 여러번 읽으며 사람들을 환대하는 법을 마음  깊숙히 새겨 넣었다.


"언니는 제가 즉흥적으로 무얼 하자고 해도 다 좋아해줘서 좋아요."

"언니는 즐길 줄 아는 사람 같아요."

사람들에게서 좋은 것을 보는 그는 상대방을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곤 하는데, 그래서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많이 아프던 날에,   없이 우울했던 날에 H 언제나 달려와 주었다. 먹을 것을 한아름 사들고, 우쿨렐레를 챙겨서.  필요할 때는 나타나주지만,  자신이 아니어도 괜찮을     쉬이 나타나지 않는, 매력적이지만 절대로  닿을  없는 .


' 오늘  사왔어.', '그럼 내가 커피 내려 올게.', '오늘 비오는데  부쳐 먹을까?'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며 함께 살아갈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은 H 지금, 한창 분주하게 사람들을 찾고 있다. 함께 삶이란 낭만을 빚어 함께 먹을 사람들을.


흙을 빚어 무언가를 만들던 그가 자신이 꿈꾸는 무언가를 남해에서  빚을  있기를 바라고 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속에 원래 있는 것들을 꺼내주는 것일뿐이라고  했다고 하던데, H 남해에서 꺼내줄 어떤 것을  것일까. 그는 로컬 경제학을 공부하고 터키  참혹한 여성 인권을 담은 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  날엔 여성의 삶에 대해 밤새도록 고민했다. 그의 낭만에는 현실이 있다.


어느 , 그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에서 주인공이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 장에서  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주인공은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님을 위해 수화를 하면서 노래 하였다. 부모님을 너무 사랑하지만 이제 떠나겠노라고.  노래의 제목은 '비상' 이었다.


그는 날고 있다. 예전보다 힘이 붙은 날개를 펼치고, 열렬히 사랑했던 과거를 떠나, 더이상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을, 자신이 만드는 현재로.


Mes chers parents je pars

사랑하는 부모님, 나는 떠나요.

Je vous aime mais je pars

당신을 정말 사랑하지만 나는 떠나요. Vous n'aurez plus d'enfants

당신들의 아이는 이제 없어요,

Ce soir

오늘 저녁,

Je ne m'enfuis pas je vole

나는 도망치는게 아니라 날아가는 거예요 Comprenez bien je vole

날아가는 거라는 것을 이해해주세요

Sans fumée, sans alcool

담배를 피우지도, 술을 마시지도 않았어요. Je vole, je vole

나는 날아가요, 날아가요.

- 영화 '미라클 벨리에', O.S.T. 'Je Vole(비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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