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대요

by 김민주

우는 아이에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대요(2020)


울면 안돼, 울면 안돼.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나에게만 선물을 주지 않을까봐 울음을 쏙 멈췄다. 나만 선물을 못 받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산타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단다. 우는 아이는 나쁜 아이다. 나는 나쁜 아이다.

엄마, 엄마. 내가 나쁜 아이라서 미안해요. 나는 엄마에게 나무를 한 그루 심어놓았다. 내 나무는 원체 약하게 뿌리를 내려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뿌리가 뽑힐 듯이 흔들렸다. 그럼 나도 엄마도 작은 바랍 따라 혹여 나무가 쓰러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내 나무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자라나질 않았다. 엄마는 내가 집을 나와 살기 시작한 후에도 나 없이 내 나무를 보살폈다. 좀처럼 자라지 않는 나무를 보며 엄마는 마음 아파했고, 나는 엄마에게 그런 나무를 심어둔 내가 원망스러웠다.

'엄마, 엄마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엄마,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질 못했어. 엄마, 나는 다시 나무의 그늘로 들어가 앉았어. 나무가 작아서 그늘마저도 좁디 좁아. 엄마에게 나무를 심어둔 걸 후회해. 엄마에게 내 나무를, 나의 불안을, 나의 불행을 알려준 것 같아서 후회해.

'왜 전화를 안 받아. 실종신고를 해야 하나, 아빠 불러서 서울에 쫓아가 봐야 하나 했어.' 밤을 새고 한낮에 잠을 자느라 못 받은 부재중 전화가 6통이 되었을 때 깨어나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엄마가 버럭 화부터 냈다.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엄마의 나무가 되어버린 작은 나무가 하루온종일 바람따라 흔들렸다. 엄마는 품이 얼마 되지 않는 나무기둥을 붙들고 바람따라 같이 휘청거리며 그런 소리를 한다.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바람은 매일 불어온다. 밤낮도 모르고 불어오는 바람 탓에 엄마는 밤잠을 설치고 뒤늦은 한낮에 꾸벅 꾸벅 잠을 청한다. 해가 모두 떨어지고 컴컴한 저녁이 되어서야 엄마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전화를 걸었고 엄마의 나무가 하루종일 엄마에게 속삭였다. '나 죽을 것 같아.' 끊임없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엄마, 나는 다시 나무의 그늘에 들어가 앉았어. 언제나 내가 앉아있던 그곳인데도 익숙함도, 아늑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이 부니 나뭇가지가 거세게 흔들리고 가을을 맞아 낙엽을 바닥으로 떨군다. 매년 겪는 계절임에도 나는 내 위로 떨어진 낙엽을 주워다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울며 묻는다. '엄마, 엄마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손을 움켜쥐니 낙엽이 바스락, 흩어져 날아간다.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하지만 엄마, 내 나무의 나뭇잎이 죽어가고 있잖아.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 이제 내가 앉을 그늘은 사라졌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두 팔을 뻗어 매달려 본다. 알아, 내가 벅찬 거. 알아, 나 때문에 힘든 거. 그렇지만 나무야, 살아줘. 니가 흔들려 나를 마음 아프게 해도 우리 엄마를 위해 살아줘. 작은 그늘을 또 만들어 줘. 나를 그 아래에 앉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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