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춤을 추고 싶지 않다 (2020)
동생이 나를 붙들고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언니! 춤 춰야지!' 나는 정말 신이 난 사람처럼 몸을 들썩거렸다. 동생과 마주 보고 한바탕 춤을 춘다. 노래도 없이, 어쩌면 노래가 있는 편이 덜 신났을지도 모른다. 종일 일을 하고 와서 다리가 욱씬거린다. 하지만 나는 춤을 춘다.
'민주야, 좀 쉴래?' 그 말에 나는 컴컴한 천장을 한 번 쳐다봤다. 별도 달도 뜨지 않는 하늘. 그게 내 방 천장이다. 네모난 벽을 한 번 쳐다본다. 너머의 모든 것을 가려버리는 흰 벽. 나는 그런 곳에 갇혀있었다. '민주야?' 검은 천장에서 무수히 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방바닥에서 그늘이 진 달이 떠오른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한꺼번에 목소리를 낸다. '민주야?' 나는 별 하나를 움켜쥐었다가 손이 너무 아파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울기 시작하니 별들이 질서를 잃고 마구 흔들리기 시작하다 울고 있는 내 입으로 들어와 목구멍을 타고 가슴으로 흘러들어갔다. '민주야.' 가슴 속에서 별들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저들끼리 부딪치며 엉덩이를 흔든다. 깔깔 소리를 내어 웃는다. 줄을 지어 내 입으로 별이 흘러들어간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뜨겁고 아프다. 별들이 춤을 추며 깔깔 웃는다. 달은 어느새 천장 가까이까지 떠올랐다. '민주야' 입을 틀어막은 별들 탓에 내 이름을 불러줌에도 답을 못하고 보이지 않은 고개만 끄덕여본다. 간신히 소리를 내어 대답을 해본다. '응.' 내 별들이 수화기를 타고 그대의 가슴에까지 들어가 춤을 출까봐 무섭다. 노랗고 빨갛고 파란 별들이 당신의 가슴까지 스며들어 생채기를 낼 때까지 춤을 출까봐.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머리가 새하얘진다. '민주야, 민주야.'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별들이 춤추는 가슴이 쿵쿵 뛴다. 숨이 생각처럼 들어오질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매트리스가 동동 뛴다. '불안해 하는 게 심해요.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예요.'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입으로 들어가던 별을 하나 낚아채어 물었다. '내가 또 예전처럼 돌아가면 어떡하지?' 그럼 어떡하나요. 그럼, 그렇게 된다면 나는 또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어떤 얼굴로 그들을 보아야 할까요? 나에 대한 걱정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 엄마에게 무어라 말하나요? 엄마, 미안해. 나는 이제 춤을 출 수 없어. 내 다리에 별들이 꼭 매달려서 너무 따갑고 간지럽거든. 나는 예전처럼 춤추는 법을 잊었어. 나는 몸치잖아. 나는 춤을 출 수 없어. 대신에 나는 예전처럼 발을 동동거리며 숨도 못 쉬고 울어. 가슴 속의 별들이 나 대신 춤을 춰줄거야. 그리고 내 가슴은 둥둥 소리를 낼거야. 아아, 원래 다들 그런 거라면서요? 어쩌다 입 안으로 흘러들어와 가슴 속에서 춤추는 별 하나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는 춤 추는 법을 잊어버리는거지요?
'언니! 춤 춰야지!' 나는 오늘도 너무나 힘들고 지치는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밤 먹은 별을 위해 하루종일 가슴 속에 슬픈 노래를 틀어주었다. 커피를 내리다가 주머니에 챙겨놓은 냅킨으로 볼따구를 슥 닦는다.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다급하게 불러주던 당신의 목소리가 떠올라서요. 그래서 문득 가슴이 저리고 눈이 따가워져서요. 그래서 나는 손님에게 커피를 내밀다가도 다급하게 울음을 참아요. 별들이 배를 두들겨서요.
머리가 문득 새하얘지고 소리가 멀어지고 숨 쉬기가 힘겨워진다. 숨이 멎으면 어떡하지? 가슴이 너무 뜨거워서, 욱씬거리는 다리는 동동 구른다. 별들이 손을 마주잡고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민주야, 좀 쉴래?' 아니요, 아니요. 뜨거운 별들이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와서 그 말을 하지 못했어요. 별들이 쏟아져요. 아무것도 없는 내 방 천장에서요.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아요. 나를 지켜줘. 그들이 내 안으로 너무 많이 들어와 나를 터뜨리려고 할 때. 나를 에워싸고 무서운 노래를 부르며 빙빙 돌 때. 그늘 진 커다란 달이 나를 깔아뭉개기 위해 천장 가까이까지 떠오를 때. 나의 녹색 이불이 꾸역꾸역 나를 잡아먹을 때. 그때 나를 잡아줘. 나를 별들이 없는 곳으로 밀어넣어줘. 내가 춤을 추지 못할 때.
'언니! 춤 춰야지!' '싫어.' 나는 이제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이 아직 내게 있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동생의 곁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간다. 둥실 떠있는 까만 달 아래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나를 지켜줘.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