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밤(2023)

by 김민주

어떤 밤에도, 나는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색색의 소리들이 들리던 그 날 밤에 가위에 눌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작은 피아노 소리에 눈을 뜨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귓가에서 수근덕대는 듯한 사람들의 말소리에 눈을 뜨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소리가 진짜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라,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걸 알았다.


모든 것이 잠들고 굳게 닫힌 창 너머로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그림자에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굳이 굳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그것이 무언지 확인했다. 그것이 단지 나뭇가지라는 것을 알고 다시 침대에 누워서도 나는 그 그림자를 보면 무서워서 잠에 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목이 잘린 말을 탄 목이 잘린 기사가 허공을 뛰어다녔다.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검은 그림자들이 남은 공간을 휘휘 날아다녔다. 몸이 움직이지 않고, 숨을 쉬는 것이 괴로웠다. 내 옆에서 함께 잠을 자던 동생이 어느 날에는 내 베개 아래에 가위를 놓아주기도 하고, 내 엄지손가락을 잡고 잠이 들었다가 내가 이상한 숨소리를 내면 나를 흔들어 깨워주었다. 그럼 나는 가쁜 숨을 내몰아쉬면서, 헉헉대면서 깨어났다.

방을 나누어 자기 시작하면서 나는 밤을 꼬박 새는 날이 늘었다. 어슴푸레 창 밖으로 날이 밝아질 즈음, 아직 가족들이 지난밤의 단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즈음, 홀로 철퍽철퍽 거실을 가로질러 씻으러 갔다. 차가운 공기 사이로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서 새벽을 깨우고, 아직 날이 채 밝아지기도 전에 학교로 향했다. 아직 텅 빈 교실의 찬 공기 사이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하나 둘 등교한 친구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꽤나 소란스러워진 교실에서도 나는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하다, 그 잠깐 사이에 악몽을 꾸고 일어났다. 교실의 아주 작은 틈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애꿎은 샤프를 하나 집어 손 위에 올려두고 빙글빙글 돌렸다.


이제는 어느 밤에도 쉽사리 나를 찾아오지 못하는 목이 잘린 기사가 있다. 나는 덕분에 눈을 감고도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던 검은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지만 여전히 나는 눈을 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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