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난 어떤 것 같아?(2023)

by 김민주

근처의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 달의 예약은 이미 다 찼고, 예약을 하려면 한달을 기다렸다가 정해진 어느 날의 정해진 어느 시간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해야한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담배를 바닥에 탁탁 털었다. 그 전화를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날 저녁, 당신에게 그 얘기를 했을 때. 별다른 반응 없이 그냥 그래? 라고만 했던 게 기억난다. 의사와 상의없이 내 멋대로 단약을 한 것이 벌써 일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곤히 잠이 든 당신을 옆에 두고, 정신없이 잠이 든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당신은 잠을 잘 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해가 뜨고, 당신이 신발을 신고 나가기까지를 기다렸다 인사를 나누고 짧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당신은 그런 나를 알고 있었다.


나는 지난 밤에도 당신 몰래 식탁에 앉아 눈물을 쏟았다. 또 다시 무너지려고 하는 마음을 붙들고서 이 마음을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나는 당신이 잠들길 기다렸었다.


어느 영화에 아내가 우울증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려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컴컴한 작은 방에 앉아 영화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면서 나의 연인이 될 어떤 사람에게 미안해서 울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의 난 어떤 것 같아? 라고 했을 때에, 좋아 보인다고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당신이 생겼다.


잠이 들었다가 악몽을 꾸고 깨어나면 자다가도 나를 끌어안던 당신은, 새벽의 어느 날 나를 달래며 산책 다녀올까? 물어보던 당신은, 눈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나를 대충 두드리고 잠을 청한다.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그 어느날 다시 이야기하자고.

그래서 나는 당신 앞에서 울지 않게 되었다. 내가 우는 것이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그래서 당신이 날 떠날까봐,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을 잃을까봐, 내가 이래서 나의 연인이 덩달아 힘이 들 것이라는 나의 걱정이 현실이 될까봐.


요즘의 난 어떤 것 같아?

예전에 약 먹을 때보다 난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아. 감정기복도 덜한 것 같고, 그때가 더 그랬던 것 같아.


나는 그 말을 듣고 안도했어. 나, 잘 감추고 있구나. 그런데 안도하는 마음 뒤로 뜯겨져 나가는 파편들이 있었다. 나의 사랑이었던 당신에게조차 감추며 살아가려 하는 게 맞을까? 내 사랑은 그렇게 지켜야하는 것일까.


우리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나는 종종 그 순간이 생각난다. 나는 어쩌면 그 때 당신이 미웠던 것 같다. 알고 시작한 우리였는데, 알고서도 나를 사랑했던 당신이었는데. 나는 결국 당신에게 다시 나를 감춰야 했고, 당신은 날 알고 싶어하지 않았으니까.

사실은 그저 내가 이기적이었던 것일지 몰라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미워한다. 내가 또 다가올 어떤 인연에 대해 겁을 내게 될까봐. 스스로를 가둬두려고 할까봐 당신 탓을 하는 것이다.


당신이 미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 날 밤에, 소리도 없이 찢어진 마음을 흘리던 나를 등 뒤에 두고 다음에 얘기하자던 당신이 미워. 단지 당신이 그저 그런 사람이었을지 모르는 일인데도, 나는 내가 사랑한 당신이 그런 사람일 리 없다고, 모든 게 내 탓이라고, 내가 이런 사람인 탓이라고, 자꾸만 생각하게 만든 당신이 미워.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해보았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여전히 잠이 든 당신의 뺨을 조심스럽게 쓸던 나와 그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던 당신이 생각이 났다. 나에게 이제 우리는 없다. 나에게 이제 당신도 없다. 모든 게 끝이 났는데도, 이미 다 지나간 일임에도, 당신과 함께 했던 긴 시간을 통채로 내 인생에서 들어내고 싶어. 사랑이라는 단어에 여전히 당신이 붙어 있는 게 싫어. 요즘의 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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