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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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의 짐들을 정리할 때, 아무도 모르게 남동생의 일기를 하나 훔쳐다 내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일기장인 줄 알고 집어온 노트에는 짧은 소설이나 시 같은 것들이 잔뜩 쓰여 있었다. 그 시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을 묘사하는 대목 없이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바람에 펄렁거리는 나뭇잎, 발밑으로 굴러다니는 돌멩이들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었다. 남동생은 그런 것들을 보고 있었다. 내가 그런 것들을 보고 있었던 것처럼.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그 앤 바닥으로 스미는 그 빗방울을 아쉬워하며 울었고, 내 손에 짓이겨지던 풀잎을 보며 내 손끝에 물든 색을 보고 마음 아파했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어떤 것들로 보던 것들에도 그 애는 하나하나 마음을 써주었다. 아프겠구나, 안타까워라, 하며. 그러다 병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프겠구나, 하던 것이 이윽고 자기 마음을 파먹어서. 그 애는 내가 속상했겠구나, 하다 제 속을 파먹었는지도 모른다. 노트 속의 그는 제 손에 쥔 곶감을 좋아하지 않았다. 진덕진덕한 것이 기분이 나쁘다고, 나는 다른 긴 문장들보다 짧디 짧은 그 문장을 보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