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할 말이 있어

본문 21

by 김민주

-


나를 닮은 예쁜 딸을 낳으면 한껏 예뻐해 줘야지, 생각했던 것보다 삶은 고달프고 바빠 날뛰었다. 원체 살갑지 못한 성격 탓에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딸애들도 내 무뚝뚝한 성격을 그대로 닮아 자라서 온 가족이 무뚝뚝하다. 장난도 많이 치고 화목하지만, 애정표현 같은 데엔 영 어색한 식구들이다. 온 마음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나 있던가 싶을 정도다. 반대로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 역시 오래됐다. 막내아들이 막내답게 그래도 애교가 많아 아직까지도 사랑해, 하며 입을 맞추려 달려들지만 딸애들은 유치원을 졸업하면서부터는 그 말이 마치 금기된 말인 듯했다.


나는 딸애의 손도 잘 잡아주지 않았다. 이제 와 많은 것들이 미안해지고, 후회가 된다. 이유는 특별한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싫다는 이유였다. 워낙에 다른 사람과 살결이 맞닿는 걸 싫어했다. 그게 내 딸에게까지 갈 이유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지만. 딸애가 혼자 걸음을 걷고 혼자서 나를 잘 따라올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부터는, 둘째가 태어나고 둘째 역시 혼자 걷고 제 언니의 손을 잡고 나를 따라올 정도가 되어서부터는 나는 그 애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딸애가 내 손을 잡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겨우 그런 이유로, 서로 손 잡는 법을 잊었다는 이유로 또 원 밖으로 누군가 떨어지게 된다면.

이전 20화소설_할 말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