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짧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넌 Jun 04. 2024

평화롭잖아

나의 평온

__

 요즘은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 일이 딱히 없다.


__

 지나치게 가라앉지도 지나치게 방방 뜨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슬프거나 지나치게 기쁘지도 않다. 그야말로 평화롭고, 그야말로 평온하다. 땅 위에 마음을 두고 아래로 꺼지지도 위로 날지도 않는다. 하루하루가 일상적으로 지나간다. 일상적으로. 특별히 들뜨는 일도 없고, 유난히 힘든 일도 없다.


__

 그럼 좋지 않아?


__

 그래? 이게 맞는 거야?


__

 조울증을 갖고 있는 나는, 시시때때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어떤 때는 땅 속으로 쑤셔 박히듯 마음을 파고 들어가고, 어떤 때에는 하늘로 날아오르듯 마음을 날렸다. 


__

 그렇지 않으니까, 좋은 거 아냐?


__

 그런가?


__

 나는 마음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쑤셔 박힌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날아가는 마음을 붙들기 위해서 글을 썼다. 어느날은 마음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어느날엔 마음을 위해 산책을 했다. 또 어느날엔 원없이 울고, 또 어느날은 펄쩍펄쩍 춤을 췄다. 


__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없다. 하던 일이니까 그림을 그리고, 하던 일이니까 글을 쓴다. 원래 그러니까 잠을 자고, 원래 그러니까 일어난다. 아무런 마음 없이 뜨개질을 하고, 어떤 마음도 담지 않고 일기를 쓴다.


__

 원래 이런 거야?


__

 응. 평온하잖아. 좋은 거지.


__

 그래?


__

 잘 모르겠어.


__

 감사하면서도 지루한 일상. 


__

 지루한 어떤 짧은 글.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