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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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게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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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인사를 하고 한 정거장을 걸었다. 어떻게 걸었는지 모를 그 길을 걸으면서 내내 헛구역질을 했다. 헛구역질을 하니 눈에 금방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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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냥 요즘 잠을 잘 못 자네. 머리가 자꾸 아프네. 그냥 요새 조금 그렇네. 뭐, 잠깐 이러고 말겠지. 더워서 그런가. 뭐. 그럴 수 있지. 잠깐 이러고 말 거야. 어제 술 마셔서 그런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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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앞이 컴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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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갑자기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니다. 뜨거워진 게 아니라 차가워졌다. 아니다. 차가워진 게 아니라 뜨거워졌다. 아니다. 모르겠다. 그냥 어떻게 됐다. 그게 어떻게였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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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것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러다가 가라앉을 걸 안다. 이런 건 잠깐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기 마련이다. 알고 있는데 안달이 났다. 여기서 이러면 안 되지. 좀 참아라. 안달을 내면 더 방방 뛰는 걸 알고 있는데도 안달이 났다. 지금 이러면 안 되지. 난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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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안달을 내다가 벌떡 일어나서 나갔다. 어느 건물의 주차장에 가만히 서있었다. 손이 벌벌 떨리길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있으니 호흡이 다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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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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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자. 뭐 이럴 때도 있는 거지. 하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러는 건 내가 너무 당황스럽잖아.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아냐.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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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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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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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서 숨고 싶었다. 허겁지겁 인사를 나누고 무작정 걸어 나갔다. 한 정거장만 걸으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더위와 겁에 질려서 셔츠 안으로 땀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자꾸 헛구역질이 나왔다. 몇 번 정도 그냥 토해버릴까, 하면서 길을 휙휙 둘러보긴 했지만 대낮에 길바닥에서 토를 할 순 없었다. 꾸욱 참고 다음 정거장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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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버스에 올라타서 앉았다. 에어컨 바람 사이로 앞머리가 죽죽 젖어드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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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질질 끌고 집에 들어왔다. 가방을 대충 벗어놓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가닥가닥 젖은 앞머리. 변기 아래로 빙글 내려가는 꼴을 잠깐 보고 있다가 머리가 어지러워서 얼른 씻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이 나왔다. 뜨거운 물. 머리를 식혀야 할지 데워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나오는 대로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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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먹었나, 하며 에어컨을 켜고 앉아서 오늘 쓴 글이 좀 부담이었나? 했다가, 쓸 땐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했다가, 아무렇지 않지가 않았나? 했다가, 그러고 보니 요즘 이상하게도 잠을 제대로 못 자긴 했네? 했다가, 내가 또 뭘 놓쳤나? 했다가, 했다가, 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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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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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라고 하고 끝내고 싶은데 얼렁뚱땅 또 그곳에 돌아가는 게 아닐까, 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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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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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얼굴이 뜨겁다. 차가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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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자꾸 뱅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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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섯 시에 눈이 떠졌다. 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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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덜 자서 피곤한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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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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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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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짜증이 치민다. 오늘을 이런 식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아냐. 잊어버리자. 잊어버려도 될까? 모른 체 하면 또 안 되는 거 아냐? 즐거웠던 것만 기억하고 싶은걸? 그럼 이건 어떡할 거야. 그냥 둘 거야? 몰라. 그냥 두면 또 큰일이 나려나? 나야 모르지. 누가 알까,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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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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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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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어질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