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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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 와서 홀린 사람처럼 글을 썼다. 나를 본 누군가가 있으면, 내가 이상해 보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니, 그게 아니라요, 사실은. 아니, 이걸 왜 설명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상해 보였을까 봐요! 으아아, 그것도 설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모르겠어요! 하면서 글을 써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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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정신으로 썼는지 모를 글을 남겨놓고 침대 위에 멀뚱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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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
1.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불안감이 치솟으면서 눈앞이 캄캄해짐.
2. 호흡이 좀 가빠지기 시작하면서 잠시 자리 이탈.
3. 진정됐다고 생각하면서 되돌아왔지만 여전히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
4. 마침 자리를 파하던 참이라 부랴부랴 인사를 하고 헤어짐.
5. 헛구역질, 구토, 어지럼증, 호흡 불안정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집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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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많이 겪어왔던 일이라 익숙할 만도 한데, 어제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너무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생각하지 못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왜 그랬을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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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점점 멍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뭔가가 머릿속을 가득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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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너 큰일 났다, 너 다시 시작된 거야, 너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을 거야, 아무 이유도 없는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나 버렸어, 다시 시작돼버린 거야, 긴장해야 해, 같은 말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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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샌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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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서웠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무서웠다. 또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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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내가 그걸 두려워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무서워하는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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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자리를 했던 친구에게 카톡과 부재중 전화를 남겨놓고,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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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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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별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당황하고 무서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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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엉엉 울다가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얼결에 울면서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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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어. 근데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운 거야. 짐작되는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이렇게 된다는 게 무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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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웠을 얘긴데도 친구는 나를 다독이면서 얘기를 들어줬다. 얘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진정되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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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빠져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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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별 일 아니구먼, 유난스럽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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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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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유난 떤 게 민망해서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