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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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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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으로 31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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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내 생일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생일에 딱히 좋은 기억이 없기도 하고 (오히려 생일에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을지도) 어렸을 때부터 내가 왜 태어났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살아왔던 나에게 그리 기쁜 날은 아니었다. 기쁘긴 커녕 생일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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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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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처럼 불리는 그 노래가 나한테는 가슴을 푹푹 찌르는 노래가 되곤 했다. 왜 태어났니, 정말 왜 태어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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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인 티는 내지만(카톡에 뜬다), 나 오늘 생일이야,라고는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괜히 챙겨달라고 부담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생일을 맞은 나의 울적함을 다른 사람한테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 같아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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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태연하지 못하고, 음침하게도 누군가는 축하해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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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친구들에게 줄줄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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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에 연락이 줄줄 쌓였다. 하나씩 답장을 보내면서 왠지 감사함을 느꼈다. 나를 기억하고, 내 생일을 틈타 내게 안부를 묻고 축하를 건네는 사람들. 반가운 사람들이 많았다. 생일 좀 좋은데? 기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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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까지 연락이 이어졌다. 어제 좀 바빴던 탓에 답장을 제대로 못 했는데, 밤늦게까지 축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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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흑, 눈물 날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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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정이 있어서 약속장소에 가다가 친구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잡담을 나누다가 끊기 전에 너한테 듣고 싶은 말이 있어,라고 했다. 뭔데?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줘. 생일이란 걸 몰랐던 친구가 진작 알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노래를 불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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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생일을 싫어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생일이라고 괜히 들떴다가 생일이라고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괜히 울적한 기분을 미리 아래에 깔아 둔 것은 아닐까. 더 울적해지더라도 모른 체 지나가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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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정이 끝나고 돌아와서 동생이 사다 놓은 케이크를 먹었다. 동생과 내가 함께 이곳에서 지내기 시작하면서 생일 때마다 사다 먹는 케이크가 있는데, 역시 그 케이크였다. 동생과 함께 초를 켜고 노래를 불렀다. 이제 하루가 끝날 무렵인데 마음이 막 들뜨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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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끝나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다가 내일도 있으니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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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루는, 나의 생일은 끝이 났지만 나는 이 축복과 감사를 마음에 지니고 다른 하루를 계속 보내게 될 것이다. 나의 날들 중에 기분 좋은 하루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따뜻함을 받았다는 것이, 가장 큰 생일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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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잘 살아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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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기억하며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