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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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는 개구리와 관련된 소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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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의 인연은 벌써 20년이 넘은 것으로, 때는 바야흐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 그전까지 내 별명은 만주, 만두 같은 것들이었다. 이름이 민주였기 때문이었다. 5학년 1학기 초에 한 남학생이 전학을 왔다. 그 녀석과 나는 처음에 그리 친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 친구를 싫어했다. 공부를 잘하던 그 녀석은 잘난 체를 하기 일쑤였고, 여자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재수 없다며 구시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그 물결을 타서 괜히 그 친구를 재수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실은 잘난 체라기보다 정말로 잘난 친구였던 그 녀석에 대한 시샘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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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가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장선거가 있었다. 나와 그 녀석이 나란히 여자 부반장, 남자 부반장이 되었다. 정규 수업을 마친 후 선생님이 부반장들을 불러 학습지를 분류하는 일을 시켰다. 방과 후에 빈 교실에 둘이 남아서 수업에 쓰이는 설문지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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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서 전학 왔어.
—에서 살았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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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전학을 왔고, 전에 다니던 학교는 어땠고, 왜 전학을 오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기억하기엔 그런 얘기를 나눈 것 같다. 직접적으로 그 친구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그리 까불거리기만 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친구와 나는 천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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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 반은 성적을 중요시 여기는 담임선생님의 지도 아래에, 자리마저 성적순으로 앉았다. 그 친구는 늘 반에서 1등을 했고, 나는 2등을 했다. 그럼 짝꿍이다, 혹은 같은 모둠 안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았다. 1년 내내 그렇게 붙어있었다. 그때부터 개구리라는 별명이 생겼다. 시작이 누구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별명이 일파만파 퍼진 데에는 그 친구의 공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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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면 복도를 뛰어다니면서 그 친구를 쫓아다녔다. 개구리라고 놀리고, 못 살게 굴던 녀석을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내 동생에게도 개구리의 동생이니 올챙이라며 별명을 붙여 놀리는 게 아주 밉상이었다. 수업시간에도 옆자리에서, 혹은 뒷자리, 혹은 앞자리에서 자꾸 장난을 쳐대서 맞장구를 치다가 같이 복도에 나가 벌을 서는 날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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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참 귀엽지도 않고, 개구리는 참 예쁘지도 않고, 맨질맨질 반들반들한 것이 징그러운데, 나를 그렇게 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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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겨울 방학, 담임선생님이 전근을 가면서 남긴 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냈었다. 제발 그 친구랑 다른 반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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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답장이 왔다. 같은 반이 되었으니 6학년이 되어서는 열심히 공부를 해서 1등을 쟁취해 보라는 응원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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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기까지 1년을 더 그 친구와 싸우고 울고 장난치다 같이 벌을 서고, 어쩌다 알게 된 그 녀석의 비밀을 몰래 감춰줬는데 그 친구는 내 비밀을 폭로해서 또 싸우고 울고 장난치고 같이 벌을 서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1년을 더 개구리로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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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하고 나는 여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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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먼 학교로 진학하게 되어서 아는 친구가 몇 없었다. 덕분에 더 이상 개구리라고 부르는 친구는 그 학교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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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하면서 그 친구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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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서, 이제 나를 개구리라고 부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나는 유난히 개구리 소품들을 좋아한다. 초록색이거나 연두색인 것도 좋고, 동그란 눈도 귀엽고 비죽 웃고 있는 입 같은 것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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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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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20년을 보냈을까, 그 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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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인형을 안고 써보는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