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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넌 Aug 23. 2024

축축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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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축 쳐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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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다. 그렇게 또 쳐지지도 않으면서 축축 쳐진다고 말하고 다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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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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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이 바뀐 탓인가?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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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런 때인가?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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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의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고, 지나간 하루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10시도 안 되어 잠이 드는가 하면, 어느 날은 새벽 4시가 다 되도록 잠에 들지 못하기도 하고, 새벽 5시에 눈을 떴던 화요일과는 다르게 오늘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그렇게 일어나서는 뜨개질을 하다가 멍 때리다가 다시 뜨개질을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방청소를 하고, 대뜸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면서 울다가,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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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엉망진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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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히 겁먹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왜 이러나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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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러나 생각을 한 번 시작했다간 끝없이 빠져들 것만 같아 그런지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필요한 일들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일정 정리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아니면 글을 쓰는 일도. 명탐정 코난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면서 생각 없이 뜨개질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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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축축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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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조기에 한 번 돌려야 될 것 같다. 축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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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우리 집에는 건조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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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볕이 좋을 때 빨랫줄을 걸어놓고 바짝바짝 말리면 좋겠는데, 그것도 마땅치 않다. 볕이 언제 좋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볕이 좋은 날이 온다고 해도 빨랫줄을 걸 기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귀찮고, 귀찮고, 귀찮고,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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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엉 울고 싶다. 온 마음을 다 쓰면서 엉엉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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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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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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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도 안 나오면서 왜 이렇게 축축한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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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축한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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