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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넌 Aug 24. 2024

여전히 축축한 토요일

비가 와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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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에 유명 연예인과 함께 일을 하는 꿈을 꿨다. 예쁜 여자 연예인이었는데, 내내 일을 나한테 떠넘겨서 골머리를 썩었다. 주문받은 음료들이 줄줄이 밀려 있었는데, 그 사람은 손 하나 까딱 않고 서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뭐 하느냐, 어서 음료 만들어라, 해도 뺀질거리기만 했다. 그 사람을 붙들고 일을 해라 마라 할 상황도 못 되어서 급한 대로 혼자 음료들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레시피가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서 뭐였더라? 여기서 뭐, 뭐지? 뭐 해야 되지? 뭐 넣어야 되지? 얼마나 넣어야 되지?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졌다. 땀이 삐질삐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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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깨어났다. 아직 아침이 채 밝지 않은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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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잠든 탓에, 잔 시간을 치자면 고작 2-3시간 정도 잔 것 같았다. 그 두어 시간 사이에 꿈에서 카페 알바까지 했으니 이렇게라면 오후에 분명히, 백 퍼센트 피곤할 것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냥 잠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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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위에서 잠시 멀뚱히 앉아있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이 느껴졌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기분이 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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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럽다고 해서 죄송하다. 그렇지만 정말 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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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서 오전 동안에는 꽤 이것저것 했다. 작업도 하고, 뜨개질하면서 영화도 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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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가 되면서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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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을 좀 잘까 싶어 누워봤지만 잠이 오진 않았고, 시간만 죽죽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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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겨우 겨우 일어나서 카페에 왔는데, 눈을 뜬 채로 자고 있다. 분명히 지금 내 뇌는 자고 있는 게 틀림없다.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커피만 축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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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와서 또 이러고 있으니 기분이 역시 드럽다. 지금 너무 졸린데 아직 하늘이 훤한 것도 기분을 드럽게 만든다. 얼마나 더 버텨야 밤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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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드럽다 해서 죄송하다. 그렇지만 드럽다 말고는 표현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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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뭐라도 좀 하기는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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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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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가기 전에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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