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랑 같이'라는 말.

추어탕의 추억 1

by 별 삼일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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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어디야?'

'응~ 나 사무실'

'엄마, 아빠랑 같이 추어탕 먹으러 가게 얼른 나와~'

'응~ 알았어.'


사무실이 집 근처라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나가려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 아빠랑 같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콕콕 마음에 박혀 울컥해졌다. 매일 복닥거리며 같이 사는 중이지만, 순간 우리가 언제까지 이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어느덧 70대 중반을 넘어간 우리 아빠.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어제는 한의원, 오늘은 정형외과로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으신다. 어릴 적부터 워낙 몸을 많이 쓰신 탓에 줄줄이 이상신호가 켜진다. 건강을 타고났다 자부할 만큼 건장한 체격을 가진 아빠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비켜가지는 못하셨다.


하루는 급한 일이 있어 뛰어가는 길에 우연히 아빠를 만났다. 아빠에게 행선지를 말해주고 다시 뛰어가면서 나는 몇 번이고 아빠를 돌아봤다. 무거운 다리로 한 걸음씩, 천천히 걷고 있는 그 모습이 낯설고 안타까웠다. 그날 밖에서 본 아빠는 영락없는 노인이었다. 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삼 나이 들어버린 아빠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서 걸음이 가장 빠르던 사람. 큰 키에 풍채도 좋아 성큼성큼 넓은 보폭으로 걸으며 늘 우리에게 빨리 오라고 다그쳤던 아빠. 그런 아빠가 이제는 같이 걸으면 한참이 뒤처진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퇴행의 과정. 나이 들어간다는 건 정말이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인이 되어가는 부모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예전 같지 않은 엄마, 아빠의 모습에 화도 난다.

약해지는 그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두려움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토록 듣기 싫었던, 아빠의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처음으로 뭉클하게 들렸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시절 그 작은 아이에게 달려가 꼭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었다. '고맙다고, 덕분에 내가 이렇게 따뜻하게 잘 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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