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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Apr 10. 2019

생존 살롱 - 밀레니얼 2

밀레니얼의 정의가 이상해!!

 세대갈등 수다를 위해 각자의 숙제가 주어졌다. 자료조사와 개인의 생각을 곁들여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었다.

 밀레니얼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중앙일보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내용인즉슨 자기중심적 리더십이 주류를 이루던 베이비부머와 X세대는 자연히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또 베이비부머의 집중 케어를 받고 자란 밀레니얼은 자기중심적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태생적으로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이고 공감 지능이 떨어진 두 세대가 부딪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견해였다.

 수긍도 가고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내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생존 학습 살롱이 시작되고 각자 찾아보고 들고 온 자료들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작성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한국자료 역시 미국에서 내려진 밀레니얼의 정의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당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가치 중심적이다. 빠른 피드백을 원한다. 우리가 신입사원 때는 상상하지 못한 행동들을 한다.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하려고 하지 않는다. 등등...


 그러나 실제로 우리 사회 주변에 있는 밀레니얼들(나를 포함하여)이 정말로 당돌하고 따박따박 말대답하며 상상도 하지 못한 비상식의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내 안에 들기 시작했다. 찾아온 자료들이 하나같이 말하고 있는 밀레니얼의 특징이 맞아 맞는데 뭔가 틀린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인스타 툰 중에 'samwoosil'이 있다. 거기에 나온 주인공들(밀레니얼)은 직장상사의 부당한 요구와 지시에 대처하는 사무실내 호신술(처세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처 'samwoosil' 인스타툰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도 위의 이야기와 비슷한 결이다.


 위의 두 가지 이야기에 밀레니얼이 열광하는 이유는 베이비부머와 X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들이 이미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 안에 생겨난 질문과 고통을 표현하고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위와 같은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세대 간의 갈등을 주제로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잘 나가는 스타트업 대표에게 제안했던 적이 있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주제라 생각했고 굉장히 트렌디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좀 당황스러웠다.

 "스타트업에서는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서 갈등관리를 할 시간이 없어요! 보통은 갈등이 생기면 회사를 그만두니까요"

 밀레니얼의 특징을 보면 당돌하고 자신의 할 말은 꼭 다한다고 했는데 그럼 갈등이 생겨나면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건강하게 풀어나갈 수 있어야 되는 것이 것이 아닌가? 내 의문은 깊어져 가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캐릭터 분석을 할 때 했던 '공유 정서'가 생각났다. 특정 시대를 살아가고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에는 '공유 정서'라는 것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보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났을 때 대다수의 밀레니얼들은 분노했다. 여기서 분노는 공유 정서다. 그러나 모든 밀레니얼들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갔고 어떤 이는 SNS에서 열심히 뉴스를 실어 날랐을 것이고 어떤 이는 뉴스를 보고 분노했지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마도 현재 베이비부머와 X세대가 이끌어가고 있는 사회의 구조적이나 관습적 문제에 부당함은 '공유 정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부당함에 대해 반응하는 행동은 한국적 정서의 특징이 존재하는 것 같다.  당돌하게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그 자리에서 말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과 익명의 사이트에 자신의 상사들의 부당함을 적어 내려감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 아니면 위의 콘텐츠 등을 읽으며 많은 이들이 자신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위로를 얻는 사람들 까지...


 




 실제로 베이비 부머나 X세대가 사회생활할 때보다 좀 더 버르장머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나 역시 내가 어릴 때보다 내 다음 세대들을 더 자유분방(좋은 표현으로)하다고 생각한다. 심하게는 되바라진 세대라 생각한다. 하지만 세대가 변하고 있으니 다름을 틀림으로 이해하는 것은 처음부터 틀린 답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다름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사이먼 시넥의 '골든 서클'이나 박신영의 '기획의 정석'에서 소개된 4 MAT은 뇌의 사고 과정에 대해서 순서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Why? - What? - How?

왜? - 그래서 뭐? - 어떻게 할 건데?

 왜?라는 근원적 질문이 해결되어야 사람은 납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습이 아니라 본능이다. 뇌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는 Why? 가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세대였다. 그들에게는 '잘살아보세', '나라가 잘되야 나도 잘되지!', '열심히 하면 보상이 있어' 등의 슬로건과 전체주의가 향해가는 목표가 존재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전체의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단순한 목표지점과 더불어 확실한 베네핏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임원이 될 수 있었다. 좀 더 높은 자리에서 일의 흐름을 읽고 조절하는 자리가 보장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Why?'는 열심히 일한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이었다. 그리고 X세대 역시 그들의 문화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Why?'는 특권이자 보상이었다.

 그러나 본능에 충실한 녀석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왜 이 일을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품은 녀석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베이비부머는 어쩌면 밀레니얼과 직접 연관이 떨어진 세대이기에 예전처럼 X세대를 쪼면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X세대에게는 시키면 했던 일들이었는데 자꾸만 설명해야 하고 납득시켜야 하는 추가 업무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비단 추가 업무가 생겨난 것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특권인 'Why?'의 영역을 침범당했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 간의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세대갈등에 대해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빠르기로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애자일'이니 '수평적 기업문화'등 여러 가지 해결방안들을 도입하고 실패를 반복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애자일 코치 정재승 씨는 애자일 환경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표의 강력한 의지와 3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문화와 구조가 안정적인 랜딩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러니다. 빠른 기업문화를 도입하기 위해서 시간 투자는 오히려 길게 해야 한다니..

 그러나 맞는 이야기이다. 문화와 구조는 토기장이의 그릇 같은 것이다. 오랜 시간 빚어내고 구워내기를 반복하고 구워내는 과정에서 비품이 생기면 깨버리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그릇이 문화다. 그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문화가 생기고 나면 그 그릇에 물을 담았다가 밥을 담는 것을 쉬운 일이 된다.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자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장기 플랜을 견디지 못한 다면 그것은 결국 상처가 있지만 소독하지 않고 붕대로 묶고 괜찮다며 해오던 일을 그대로 하는 사람과 같다 곧 상처가 곪아 터질 것이다. 다들 모른 척하지 말고 붕대를 풀어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서 문화라는 그릇을 만들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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