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는 아는 것에서 시작
아들의 등교 후 가장 첫 시작은 책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작은 간식을 먹는다.
처음엔 젤리며 소포장된 과자를 사주려 했는데...
아침부터 가공식품을 먹는 것보다는 과일을 좀 먹는 게 어떨까 해서
좋아하는 과일을 간식으로 싸주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물건을 잘 챙길 리 없다.
하지만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에 간식을 싸주려 보니 간식통을 챙겨 오지 않았다
찌릿찌릿!!
아빠의 촉에 지금은 배워야 할 타이밍이다 감이 왔다.
아빠는 스파이더맨처럼 찌릿찌릿 이 있다 ㅋㅋ
"오늘은 간식을 싸갈 수 없어 통이 없기 때문이야 자신의 물건을 챙기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일이야 다음엔 꼭 챙겨서 간식을 먹길 바라"
부드러운 말이었지만 이미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물건을 챙기지 않았다는 자각보다 아빠가 간식을 주지 않는다는 원망이 가득 차있다. 눈을 통해서 그게 보인다.
"아들! 간식을 못 먹는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아! 이건 그렇게 큰일이 아니야"
"세상이 무너져요!"
지지 않고 이야기하는 아들의 눈에 원망이 가득하다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기보다 지금 자신이 격고 있는 아픔을 초래한 것 같은 원망의 대상을 찾아서 화풀이를 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그냥 다음엔 그러지 마라고 해버리고 간식을 싸주면 에너지를 쓰지 않고 이번일을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건 아들을 향한 사랑이 아니다. 다음번에는 더 배우기 힘들어진다. 제때 배우지 못한 것은 결국 복리이자가 붙어 돌아오고야 만다.
"세상은 무너지지 않아 간식을 못 먹는 건 그렇게 큰일이 아니야 지금 마음을 바꾸고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
"너에게 선물처럼 오는 좋은 것들을 받기 위해서 너는 지금 마음을 돌리는 선택을 할 수 있어"
잔뜩 풀 죽은 모습으로 학교에 갔지만 이미 그런 것들은 다 잊어버리고 있겠지...
그래도 오늘의 이야기가 좀 더 깊게 들어가 마음에 남아있길 기대한다.
인정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현대인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강박과 정신적 약점을 지닌다.
나의 아들은 자라야 한다. 그리고 배워야 한다.
배워야 할 것-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을 제때 배우지 않으면 복리이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때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고 나중에는 막을 수 없는 해일이 되어 나를 덮쳐 버린다.
우리는 실패한 세대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군부독재 등의 트라우마를 격은 부모세대가 가르친 세대다. 그들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제때 배워야 할 것들을 가르치 못했다. 그런 우리가 길러낸 세대가 일어나 지금 우리의 다음 바통을 잡으려 하고 있다.
세상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도덕적 헤이가 가속되어 간다. 사사기의 말미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언처럼 '각자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가 딱 어울리는 세대다.
우리의 교육은 실패했다.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 한다. 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조금 더 냉정하게 앞선 세대의 교육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잘 발라내야 한다. 마치 생선의 가시와 살을 발라내듯 말이다.
지금의 교육은 예전의 뼈를 바르려 살을 다 날려버린 형국이다.
아빠의 마음은 자녀를 성장하게 한다. 물론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세상의 완벽한 것이 존재하는가?
이 세상에서 선택은 완전히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선택 또는 해가 되는 뼈를 최대한 통제가능한 수준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맞다 틀리다를 전제로 하는 싸움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변하게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