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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Feb 26. 2020

코로나 신천지 그리고 나는..

 난 01학번이다. 대학시절 '신천지'는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화두였다. 내가 입학했던 그때 광주에서는 '신천지'가 꽤나 뜨거운 감자였다. 여러 가지로 말이다. 그중 내가 다니던 학교에 큰 사건이 있었는데 그건 기독교 대표 동아리 3개가 동아리연합회에서 제명당했던 사건이었다. 'CCC', '예수전도단', 'IVF'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독교 동아리가 한꺼번에 제명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3개 동아리가 함께 열었던 학내의 이단세미나가 특정 종교와 특정 동아리가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었지만 놀랍게도 동아리연합회 간부들이 신천지 신도들이었다.


 그 후로 기독교 동아리들은 기독교연합회라를 결성하고 비인가 동아리로 학교에서 지원받지 못하고 동아리방도 없는 동아리로 활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날의 사건이 일어났다. 


 비밀리에 신천지 포교를 위해 위장된 성경공부를 하는 위치를 담은 전단지를 제작하고 학내 학우들에게 배포하려 집회를 기독연합회에서 준비했다. 워낙 물밑작업과 정보력이 강한 '신천지'였기에 -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본인들의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더 철저히 숨겼던 것 같다 -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전단 배포를 계획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에게 그 사실이 들어갔고 전단지를 배포하려 했던 처음 시도에 상당수의 신천지 신도들이 연합회를 막아서고 나섰다. 그때의 혼전 양상은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 텐데... 기독교연합회 사람들이 비켜달라고 이야기하면 신천지 여성들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고 남자들은 폭행을 당했다며 쓰러지고 경찰에 신고했다. 

 정말 비밀결사 항쟁하는 심정으로 전단 배포를 준비했던 사람들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모든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만들었던 전단을 모두 배포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점조직처럼 각자 돌아다니며 배포하는 전략으로 바꾸고 전단을 배포하는데.... 

 그날 45인승 관광버스 7대에 신천지 교인들이 학교도 들어와 학교 전체를 돌며 모든 전단지를 회수하고 배포하는 기독연합회 학생들을 위협하고 협박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광주에서는 산을 끼고 있는 캠퍼스가 아니라 평지로만 이뤄진 학교 중에는 캠퍼스가 가장 큰 규모였는데 학교 구석구석 신천지 신도가 없는 곳이 없었고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 많은 연합회 학우들이 고소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나에게 신천지는 좋은 기억일 수 없었다. 꽤 오래 학교를 다닌 편인데... 학교가 다른 사건보다 신천지로 인해 시끄러웠던 적이 많았다. 중간에는 총학생회와 신천지가 한판 붙었던 적이 있으니 참 호전적이고 비밀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날 '코로나 19'로 신천지는 전 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그럴 줄 알았다. 언젠가는 그러지 않았겠나 하는 처음의 나의 감정이 올라왔다. 그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피혜자라던 진중권 씨의 발언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늘 분노는 결론을 만들어 놓고 그 결론에 사실을 맞추게 되어있어서 99%가 맞더라도 1%의 의구심을 묵살하고 배를 앞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강한 추진력을 얻는 대신에 그로 인해 돌아봐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신천지도 우리의 국민이니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과 '공포'라는 어마어마한 감정에너지는 지금 어디론가 뛰쳐나가기 위해서 우리 안에 타오르다가 '정부'든 '우한'이든 '국회의원'이든 누군가를 향해 분노로 변하여 뛰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분노를 통한 에너지를 시민의식으로 서로 조심하는 것으로 배려하는 것으로 위기마다 보여 준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 줄 때이다. 


 많은 기사들이 화가 날 일들로 가득한 이때에 스트레스를 분노로 나의 분노 에너지를 누구를 향해 흘려보내 손가락질할 그 모든 에너지를 모아서 나를 그리고 가족을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그리고 이 '지구'를 지켜내야 하는 때이다. 


 늘 그렇지만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집단도 존재하지만 내가 그들을 비난하고 분노하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한정적 에너지를 건설적이고 정작 필요하고 돌아봐야 할 사람들에게 쓰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어제 경기도에서는 신천지 총단에 진입해 전 성도의 명단 확보에 나섰다는 뉴스를 접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한다 나의 그리고 나의 가족의 안전을 그들의 판단에만 맡길 것인가? 내가 아는 그들은 거짓을 거짓말을 교리로 가르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의 안전을 그들의 정직함을 기대하며 그들이 공개하는 것에만 맡길 수 없으므로 나는 그들을 향한 분노를 그친다. 


 내가 손을 한번 더 씻고 마스크도 더 철저하게 고쳐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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