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I come at an awkward time?
☼ 이 글은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영- 하기가 싫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을 섞어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작되었습니다. 가벼운 낙서와 함께 제가 남겨두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 혹은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에 대해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쓰는 글이지만 영어보다 한글이 더 많은 글입니다.
슬럼프는 언제 오게 되는 걸까? 성장이 더뎌지는 순간?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 나만 보면 잡아먹을 듯이 구는 상사의 괴롭힘이 못 견디겠다는 순간? 고비는 의외로 내 주변 밀접하게 숨어있고 어떤 것은 피할 수도 없는 외나무다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그러니까... 저 다리를 건너긴 건너야겠는데.. 하고 하염없이 자리에 서서 다리를 노려본다. 마음속 깊이 사라지기를 기대하지만, 인생 뭐 그리 쉽던가.
나의 슬럼프는 헛발질을 하는 타입으로 봉준호의 유머 코드와 닮아있다. 그냥 계속 가면 되는데 갑자기 삐끗하며 넘어진다. 눈에 들어온 반짝이는 것을 좇아 샛길로 빠지기 선수다. 유혹에 넘어가 정신 못 차리고 시간을 보내다 불현듯 아이고-하는 탄식이 새어 나온다. 내가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는데.. 엉엉. 순간의 호기심을 참지 못한 결과는 냉정하다.
사실 보통의 슬럼프들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겠을 때 찾아온다. 나는 이상향의 목표는 100인데 현실은 70-80 그 언저리에서 버둥거릴 때 다가오는 것이다. 너 되겠어?
차라리 10이나 50 아래에 있었으면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까.라는 마음으로 매진할 텐데, 80 가까이에 다가와서는 내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왜... 아니 근데 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했는데 안 되는 거면, 난 그냥 모자란 사람이 아닌 걸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씩 나를 갉아먹는다. 샛길로 빠지면 안 됐었는데, 나는 왜 그 유혹을 못 이겨서,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 도무지 앞 날이 깜깜해서 보이지가 않는다. 자꾸 지나온 뒷길만 생각이 난다. 나의 모자란 선택의 후회들만 남는다.
그냥 깔끔하게 인정하자.
나는 모자란 게 맞고, 어쩌면 잘못된 선택을 한 게 맞고, 그러니까 나는 미성숙한 게 맞다. 그러니까 앞으로 좀 더 해보자. 지금까지 했던 것을 30만 더하면, 40만 더 하면 된다. 힘들었지만 조금만 더 하면 '끝'을 낼 수 있다. 60-80의 언저리에서 미완의 나로 지금 끝내는 것보단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더디더라도 힘을 내서 완결을 지으면 좀 못생겼어도 '내 것'으로 남게 된다.
나는 항상 그 못생긴 게 보기 싫어서, 나는 멋지고 잘생기고만 싶어서 60으로 손을 뗀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슬럼프를 잘 이겨내지 못하고 맨날 끙끙대며 스스로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었다. 아픈 손가락이 마음에 남고 더 애틋하다고 하던가. 못난 녀석이라도 '내 것'이 되면 그것으로 다음을 노려보거나 발전을 도모할 수가 있어진다. 잘난 듯, 도가 튼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나 역시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나는 늘 잘나고 싶어서, 못난 나는 숨고 싶어 진다. 그래서 오늘도 이 글은 부끄럽지만 나를 쌓기 위해, 다음을 걷기 위해 못생긴 마무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