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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브 Aug 06. 2020

맥시멀리스트의 미니멀라이프 1달 후기

눈물겹게 정리한 물건 총 280개

미니멀을 하겠다 선언한지도 벌써 1달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그래서 큰 변화가 있었냐고? 글쎄.. tvN <신박한 정리>처럼 드라마틱한 공간이 펼쳐지길 기대했다면, 미안. 여긴 리얼 현실이다. 내가 이제 시작입니다! 하면 후르릅 챠챠 모든 것을 각 맞춰 정리해줄 스탭도 멋진 카메라 워킹도 없다. 이따금 눈에 거슬리는 게 없는지 그리고 10년을 모아 온 잡지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수많은 고민 속에 미어터지게 나왔던 책장 4칸이 비워졌고 침대 아래 잡화 박스 하나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여긴 리얼 짠월드. 나의 부단한 움직임과 고민은 계속될 예정이고 내 삶의 변화는 더 만족스러울 거라는 결과가 있다.



1. 버리기 어려웠던 물건

두말할 것 없이 책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미션은 책장을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늘 버리지 못해서 꾸역꾸역 안고 살다 못해 부모님 시골집 창고에 밀어 넣고, 친구네 집에 밀어 넣고 곳곳해 지분을 넓히며 내 주변 사람들의 영토를 점령해 나아갔다. 


부끄러운 정복자는 더 이상 침략전쟁을 멈추고 내부 반란부터 빠르게 진압하기로 했다. 처음엔 책을 보니 마음이 흔들려 속도가 나질 않았는데 '7월 말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덜어낸다.'라는 데드라인을 세우고 나니 빠르게 체크리스트가 완성되었다. 역시.. 데드라인 만세.


본가 창고에 쌓인 나의 책 박스 6개 (농기계와 페인트와 같이... 무심하다 무심해)



 Check List - 정리할 책

완독 한 도서 중, 근 2년 내에 다시 보지 않은 책

미완독 도서 중, 이제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책 (마음의 부채로 샀으니 읽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책)

미완독 도서 중, 현재 구독 중인 전자책 서비스로 읽을 수 있는 책

예외, 모든 요건에 부합해도 흥미롭다면 소장한다. 다만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든다면 예외가 아니다.


책을 낱장으로 찍다가.. 124권째에 이게 잘못된 방법임을 깨닫고 멈춤


처음엔 정리하려는 사진들이 눈물겨워 한장한장 찍었는데, 00권이 넘어가는 순간 나도 지치고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었다. 그렇다. 내가 정말정말 사랑한다면 이런 행위 자체가 힘들고 지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난 정리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2. 정리하기 어려웠던 장소

의외로 옷장을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현재 가장 오래 머물고 있지만 언제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구를 늘리는 것이 늘 부담스러웠다. 때문에 자취 초반에 구매했던 행거와 거실장, 리빙박스로 옷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정리하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 보니 행거 아래 옷들이 쉽게 쌓였다. 여름철 습기 때문에 옷들이 빨리 마르지 않아 빨랫대에 널려있는 기간이 길어졌고 대게 다음 빨래를 돌리기 전에 빨래대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체리피커처럼 널려있는 옷을 주워 입는 일이 생활화되어있었다. 그래, 거지처럼 주워 입는 게 뭐냐. 정리하자. 마르면 바로 개어 넣는 거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아직 정리법을 찾지 못했다. 설정값의 오류로 '넣자'의 위치 값이 지정되지 않아 행거 밑에 잘 개어 쌓이게 되었다. 


도대체 왜.. 행거 밑에 옷이 쌓이는가


그리고 분명 계절이 시작되면서 한차례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지고 있는 옷이 많이 있었다. 버리긴 아까워 가지고 있어도 여전히 자주 입는 옷만 입게 되는 터라 몇 달 동안 손에 닿지도 않은 옷들이 헹거에 걸려있었다. 조금 헤져도 '집에서 입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한 칸 가득 차지하고 있는 내 맘대로 홈웨어. 집에서 입을 옷이 이렇게 많이 필요 있나. 어차피 더운 날은 팬티에 티셔츠 한 장 입는 게 고작이면서.. 그래 좋다. 버리자 버려! 들어가지 않는 청바지, 잘 입지 않으면서 아까웠던 청바지 다 정리해!


 Check List - 정리할 옷

2년 내에 입지 않은 옷

'집'에서 입는 해진 옷

현재 몸에 맞지 않는 옷 (살 빼고 입을 옷, 살 빼고 더 이쁜 옷 사자)

예외, 모든 요건에 부합해도 추억으로 가지고 싶다면 소장한다.


집에서 입는 '해진 옷'을 정리하자고 생각한 것은 나를 위해서였다. 물론 그것이 검소한 삶을 살게 하고 물건을 아끼는 것은 맞다. 그러나 단지 버리기 '아까워서'라는 이유로 생활을 이어나갔을 때 잊게 되는 기쁨.  내가 좋아하는 프린트, 소재의 멋진 파자마가 주는 행복감. 나를 위한 행동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3. 물건 정리 현황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물건을 정리하리라 마음먹었던 것과 다르게 어느 날은 물건을 사지 못해 안달이었고 어느 날은 더 버리지 못해 마음이 초조했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정리하지 못 했던 것 같지만 어떻게 처음부터 굉장한 일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하루에 1%씩, 30일을 실천하면 30%, 100일은 100%, 1년은 365%의 변화라고 한다. 끝은 100이 아니다. 나의 변화는 내가 계속하는 한 성장한다.



7월 1일 ~ 7월 31일 

잡화 27개 / 책 102권 / 옷 17벌 / 팸플릿 및 포스터 13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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