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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브 Aug 13. 2020

미니멀라이프, 비움의 반작용

그래서 새로 산 물건은 없었냐고?

요즘 한창 비우는 맛에 빠져버린 맥시멀리스트다. 새삼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나. 내가 잠든 사이에 누가 존재하지도 않은 발코니 확장 공사를 해버린 게 아닐까? 그런 괜한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집 평수가 넓어져야 한다고 하든데, 나는 시기적절하게 집을 넓혀가고 있다.


이사가냐는 질문을 받을만큼 집을 정리하다보니 친한 사람들은 으레 뭉근한 눈빛을 보내온다. 그래, 너 요즘 이사 가는 것처럼 집을 정리하고 있더라? 그래서 정말 물건을 한 개도 안 샀어? 너가? 진짜? ....(한숨) 어머, 선생님 세상에 얼마나 이쁘고 혁신적이고 아름다우며 실용적인 물건이 많은데요. 그리고 그것을 알아보는 제 안목은 얼마나 탁월하구요? 그런데 제가. 설마. 그쵸? ....미안, 주접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렇다. 나는 물건을 샀다. 잘 샀다. 다만 평소와 달리 비우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뿐. 나는 여전히 맥시멀리스트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잘 수행하고 있다.


아, 그래서 무엇을 샀느냐고?





1. 음식물 쓰레기통

 1인 가구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얼마나 될까? 며칠 먹다 남은 김치찌개, 오늘 아침 입맛이 없어 남긴 샐러드 조금, 가끔 내일 먹어야지- 하며 넣어두었던 잔반들을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2리터를 채우는 것이 꽤 쉽지 않다. 최소 단위로 1리터가 있지만 사실상 구매처를 찾기가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는 보통 3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야'한다. 여름철엔 냄새와 벌레가 꼬이는 게 두려워 냉동실에 넣어두곤 했는데 세균이 증식하여 냉동식을 모든 음식이 상할 수 있다는 도시괴담에 가까운 생활통 정보를 듣고 가득 차지도 않은 봉투를 여러 차례 집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각종 주류와 집기들을 정리하며 넓어진 조리대를 바라보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생기게 됬을 때를 생각해 봤다. 그 곳에 들어서게 되는 순간 더욱 아름다워질 것 같다는 예감. 세탁기실과 부엌 쪽창 위, 싱크대 위를 누비던 음식물 쓰레기가 안전한 공간에서 냄새도 풍기지 않고 아주 깔끔한 모습으로 그곳에 뽀송하게 있다가 버려진다면 어떨까? 나의 촉은 정확했고,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집에 들여 적응기간을 잘 지나쳐 평화로운 공존을 하고 있다. 물건을 줄이는 맛은 주방에서도 날 짜릿하게 했다.




2. 세정 비누

 집 안 정리를 하면서 생활용품들이 거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라는게 좀 이상하지 않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일상에서 '꽤'많이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여 플라스틱응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생필품을 고민해봤다. 이미 세안 비누를 사용하고 있던터라 범위를 넓혀 보기로 했다. 마침 바디워시도 사려고 하던 차에 비누로 제품을 옮겼고 내친김에 샴푸도 비누로 사용하기로 했다.(샴푸는 현재 두피 뾰루지가 있어 여러 제품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 결로 검색을 통해 주방용 세정 비누제품도 찾았다. 생각보다 뽀득뽀득 거품도 잘 나고 기름때도 잘 씻겨 만족스럽다. 샴푸바와 달리 주방용 세제는 특별히 피부에 문제가 되거나 기타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할 사항이 거의 없어서 접근하기 쉬운 방법인 듯 하다.





3. 후크 집게

이상하게 정리할 물건이 쏟아졌던 화장실. 두피에 맞지 않아 사용하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던 샴푸, 욕실 청소로 사용하려고 접어 둔 낡은 워시 타월, 헬스장에 놓여있던 목욕 꾸러미.. 물건을 정리하고 자주 쓰는 물건과 위치를 구분해서 수납했다. 놀랍게도 비우고 나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전에는 모든게 쌓여 있었는데 애매하게 위치했던 물품들을 좀 더 깔끔하게 정돈했다. 미니멀 라이프 관련 책에서 욕실용품을 집게에 걸어 봉에 걸어 놓는 것을 보았다. 유레카! 이거다 싶었다. 정확한 용어를 몰라서 집게, 욕실 고리, 집게고리, 후크 등을 검색하다 '후크 집게'로 명명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거 정말 잘 산거 같다! 지금은 욕실 외에 주방 행주 걸이, 책상 위 청구서 행잉 등으로 활용 중이다.





4. 농구공

 물론 앞서 열거한 용품처럼 정리와 관련된 상품만 구매하지 않았다. 어느 날 넷플릭스 다큐 <라스트 댄스>를 보다 그들의 열정에 반했다. 와, 너무 멋있다. 이 감정을 기억하고 싶다. <슬램덩크>도 떠오른다. 으아, 마음의 불씨가 타오른다!! 선생님, 저 농구가 하고 싶어요, 흐엉. 농구공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서 구매완료까지 소요시간 3분. 자고 일어나 아침 7시, 내 농구공이 집 앞 현관문에 도착했다. 세상 이렇게 빠르다. 나도 스쿱업 두번 슛슛! 비록 지금은 장마로 인해 하루 흙바닥을 튕기고 잠들어 있지만 빨리 가을이 오길 바래본다. #맥시멀리스트의_문화를_즐기는_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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