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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선 Aug 20. 2019

순임금의 사람됨

열녀전

열녀전의 첫 작품을 읽었습니다.

열녀전은 자기 절개를 지키며 살아간 여인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각 계층에서 자기 이름을 날린 여성분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여성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책이죠.


첫작품은 순임금과 두 아내 이야기 입니다.

그 중에서 일단 순임금에 대한 부분이 제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순임금을 조명하려고 합니다.


순임금은 동양의 역사에서 최고로 많이 거론되는 훌륭한 왕입니다.

그 순임금이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有虞二妃 (순의 두 아내)


요임금이 두 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순에게 시집보내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 됩니다.

이 당시에는 잉첩제도라는 것 때문에, 두딸이 한 남자에게 시집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순의 가족사를 보면

□父頑母嚚, 弟曰象,敖游於嫚

(아버지는 완고하고 어머니는 어리석다. 동생 상은 오만한 마음으로 거만히 굴었다.)


아버지는 완고한 고집쟁이이고 어머니는 어리석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어리석음이라는 것은 욕심이 많아 거기에 치우쳐 어리석어졌음을 말한다고 합니다.

동생 상은 오만한 마음으로 거만하게 굴었다고 하네요.



□舜能諧柔之, 舜猶內治

(순은 능히 그들을 조화롭고 부드럽게 대했고, 오히려 집안을 잘 운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은 능히 그들을 화하여 부드럽게 대했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內治(내치), 즉, 집안을 잘 다스렸다는 거죠. 하지만 내치를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렸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온갖 분노가 일어났지만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렸기 때문에 그 효과로 집안이 잘 다스려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舜猶不怨,怒之不已

(순은 오히려 원망하지 않았지만, 노여움이 그치지는 않았다.)


여기서 怨(원)과 怒(노)를 구분해야 합니다. 위대하신 순임금조차도 사람인지라 마음 속에 노여움이 그치지 않고 일어났다고 하네요. 하지만, 타인을 원망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논어 안연의 ‘화를 남에게 옮기지 않았다.’와도 연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노여움(怒)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단계이고, 원망(怨)은 실제로 타인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舜往于田號泣,日呼旻天,呼父母。惟害若茲,思慕不已。不怨其弟,篤厚不怠。

(순은 밭에 가서 울부짖었고, 날마다 하늘에 울부짖었고, 또 부모를 부르짖었다.

이와같이 부모가 그를 고통스럽게 했지만, 부모를 생각함이 끝이 없었다. 동생을 원망하지도 않았으며 두텁고 독실한 정에도 게으름이 없었다)


하지만 가슴이 쌓인 울분을 해소하지 않으면 나중에 병이 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밭에 가서, 하늘에 대고, 자기 하소연을 하며 울부짖었다고 하네요. 지금같은 경우는 동전노래방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동전노래방을 가면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한바탕 스트레스를 애꿎은 하늘이나 노래방기기에 대고 풀고나서는 다시 두터운 정을 유지하면서 게으름이 없이 일상생활에 임했다고 하네요.


다른 곳에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이 단계가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런 생활을 몇십년을 유지한다는 건 보통 인내심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기에 한편으로는 순임금을 존경하게 되네요.


이 스토리를 보면서 가정을 지키겠다는 순의 강한 책임감과 인내에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어서 브런치에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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