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지나고 있는 요즘 여전히 가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쓸쓸함과 고독함의 마음이 눈을 뜨면 나와 함께 시작된다. 하루의 시작이 기쁨과 명랑함으로 가득했었는데 이제 나는 고독함의 깊이를 알아버렸다. 나이 40에 와서.
이 우울함은 어떤 인연의 깨짐에서 온 크나큰 충격의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자아가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누구나 하는 것일까... 내 언행의 올바르지 못함에서 이런 결과를 스스로 자초했지만, 슬쩍 나만 이런 걸 겪어야 하는 건가 싶은 조금은 억울한 듯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결과로 깊은 구덩이 안에 머물고 있는 지금, 그런 걸 탓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혼자만 바보스러울 뿐이다.
봄의 계절에서 느껴야 하는 가을의 마음을 사람들은 알까. 생명이 자라나는 생기로운 계절에서 고독을 주는 가을의 마음을 품는다는 괴로움을 아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내가 실제로 그런 매트릭스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우울이란 느낌을 평생 모르고 살아온 천방지축이었던 시절보다는 그래도 우울함이란 깊이를 알게 된 현재의 나에 만족하자. 나는 이 깊이 안에서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다. 이 안에 평생을 머물러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없는 것만 못한 고통일 듯하다.
나는 이 깊이 있는 우울함에서 나가야만 한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은 아마 오늘의 일상을 그저 살아낼 때 차츰차츰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우울하지 않은 것처럼 일상은 견디며 평소처럼 살아가다 보면 그날은 결국 온다.
또 오늘을 살아가자. 우울하지 않은 것처럼. 또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잊지는 말자. 나 스스로 자초한 이 결과를 곱씹어봄을.
애써 희망을 노래하고 사랑과 꿈의 길로 나아가자. 이제 내가 할 일은 타인에게 공감하며 사랑의 표현을 계속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