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행하는 #트레바리 클럽 [인생에 보탬은 안되지만]은 철학과 과학 입문서를 읽는 클럽이다. 입문서라곤 해도 역시 철학과 과학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자기개발서나 가벼운 소설, 에세이 처럼 쉬이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즌 중엔 모임 전에도 나와 파트너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책을 읽기 전에 갖추면 좋은 사전 지식이 있다면 유튜브 영상 등을 찾아 공유하고, 내가 예전에 써 두었던 글들을 미리 공유하기도 한다.
시즌1을 진행하고 나서는 너무나 즐거웠으나 한편으로는 무진장 정신적으로 힘들었기도 해서, 바로 다음 시즌을 진행하자는 트레바리 측에 두 달을 쉬고 하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두 달을 쉬게 되었는데, 그 쉬는 시즌에 모임에 놀러오기로 왔던 멤버 B와, 그 밖의 몇몇 멤버들과 함께 들뢰즈 세미나 번개를 진행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 모임이 재미 있었어서, 쉬는 기간을 이용한 보너스 모임을 기획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보탬]의 혜택이 [인터루드]다.
인터루드(interlude)는 막간극이라는 뜻으로, 우리 모임에서는 '시즌과 시즌 사이에 진행하는 세미나 번개'라는 뜻으로 쓰인다.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내가 강사를 섭외한다. 지금까지는 멤버 혹은 놀러오기로 왔던 임시 멤버를 강사로 섭외했다. 그 분이 가진 전문 분야의 지식을 1시간 정도 강의로 만들어, 모여서 함께 듣는다. 독서 모임이 아니고, 일방적인 강의형 세미나다. (지금까지는 내가 발표자였던 적은 없었다. 나는 이 모임에서는 클럽장이 아니라 평범한 세미나 청강자가 된다)
이 모임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인생에 보탬은 안되지만] 정규 멤버였던 모든 사람들이다. 기수와, 후속 시즌 참여 여부와 관계가 없다. 완전히 OB 모임인 셈이다 (그래서 뒷풀이도 재밌다)
지금까지 들뢰즈, 후설, 칸트, 불교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고, 오늘 다섯번째 인터루드가 진행된다. 오늘 주제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다. 첫 모임엔 발표자까지 모두 네 명이 참석했었는데, 오늘은 무려 20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기수가 많아질 수록 OB들도 많아질텐데, 이게 과연 유지 가능한 기획인가? 싶은데 (처음 기획했을 때 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일단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해보기로 한다.
오늘 발표자도 최초의 세미나 발표자였던 B다. B가 미리 건네줘서 세미나 스크립트를 점심시간에 읽어 봤는데 이미 신난다.
[보탬]은 언제나 음주 가능 모임이므로 나는 맥주를 두손 가득 들고 모임에 갈 계획이다. 술 없이 니체 얘기를 하는 건, 디오니소스주의자인 니체에게 예의가 아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