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트럼프 보유국. 기뻐해야 할까?
어제다. 며칠간 계류됐던 미국의 2조 달러 코로나 바이러스 부양책이 드디어 상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거의 매일 TV에 나와 모든 미국인들에게 천불 이상의 캐시를 주겠다고, 우리는 그레잇 피플이라고, We've done a fantastic job!이라고 강조해왔다. 미국 살면서 느껴왔지만, 미국 사람들은 코미디를 너무 사랑한다. 대통령 기자회견을 웃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고 보기는 처음이다. 그는 대단한 쇼맨이다.
지난 주말이면 상원을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부양책이 민주당의 반대로 합의가 늦춰졌고, 버디 샌더스 상원의원이 그 선두에 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부양책이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 아닌, 대기업 배불리기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부양책에는 기업에 제공할 5000억 달러의 대출 프로그램이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사업과 호텔에 대한 지원도 원한다고 했다. 본인의 호텔 체인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 프로그램을 누가 감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I will be the oversight (내가 감독하겠다)"고 했다. 난 그의 말을 담담히 들을 수 있었다. 말끝마다 이어지는 자화자찬도 이젠 친숙하다. 폭력도 견디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이다. 민주당은 기업 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독립 감찰관과 감독위원회가 이 프로그램 대출 결정을 면밀히 조사하기로 하고, 트럼프 일가의 비즈니스는 이 부양책에서 배제되는 등 몇 가지 수정안을 포함하여 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인들은 잠잠하다. 일단 다음 달에 인당 천이백 불 체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하고, 미리 주말 파티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트레이더 조에 들렀다. 이제는 6 피트 거리 두기로 줄이 더 길어졌다. 입구는 닫혀있고, 먼저 들어간 사람이 쇼핑을 마치고 나와야 대기자가 입장한다. 그리고 각 아이템당 2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한도 생겼다. 이런 비상시국에 평정심과 교양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적당한 제한은 필요하다.
그리고 어제 트럼프가 미국 CDC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월 12일 부활절 이전에 거리두기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해서 미국이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이대로 SIP를 유지하다가는 경제가 좌초할 것이고, 이 경우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된다는 논리였다. 어느 경우건 사람은 죽으니, 경제라도 살리자는 말임과 동시에,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은 대통령 소관이 아니거나, 개인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말이기도 했다. 텍사스 주지사는 노인들은 경제를 위해 손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한국 같았으면, 계란 세례 예약 및 SMS 폭발 각이다. 많은 주의 주지사들은 트럼프의 발표에 우려를 표명했다. 놀라운 것은 각 주 교육당국의 신속한 대응이다. 어제 오후에 받은 이메일에는 휴교를 5월 1일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 같이 미쳐 돌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재기 품목도 인종 따라 조금씩 다르다. 아시안들은 쌀과 스팸을, 백인들은 시리얼과 오트밀 그리고 밀가루를 쟁인다. 얼마 전부터 오버나잇 오트밀을 아침으로 먹기 시작했다. 오트밀도 며칠 전부터는 품절이라,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은 오늘 맛있게 즐기기로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준 선물이랄까, 교훈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