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자, 일단. 뭐든.
이렇게 시작되었다. 편의점주가 쓴 에세이책을 거의 다 읽어가던 주말 저녁에 갑자기.
내가 책을 내려는 이유는? 의미나 가치를 찾을 수도 있겠다. 난 교육자니까.
유명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맨발에 분홍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게 망설여지면 안 되니 얼굴 알려지는 일은 더욱 싫다. 책 머리말에 돈을 벌고 싶었다고 쓰면 독자들이 바로 책을 덮을까? 대놓고 속물적인 이야기는 때로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143번 모래네행 버스 뒷자석에 앉은 스물두살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에겐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수줍게 속삭인다. 딱 그 만큼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여자는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필요한 거라는 걸 알게 된다. 때로 부화가 치밀어 오를 만큼...
나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었지만 남편은 신간을 사서 읽었다. 산뜻한 표지와 깨끗한 책에 나도 힐끔 눈길이 갔고 가끔 남편이 읽은 후에 ‘빌려’ 읽기도 했다. 곧바로 중고서점에 내다 팔았기 때문에 책에 밑줄을 치거나 접어서는 안 됐다. 급한 대로 책갈피를 삼다보니 주로 관리비 고지서가 책 사이에 꽂혀 있었다.
책에 마음 놓고 밑줄을 죽죽 긋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여백에는 익살스러운 만화까지 그려넣고 말테다. 책장 귀퉁이를 세모 모양으로 접거나 더러는 반으로 접을 수도 있겠다. 월드스타 BTS도 ‘네 멋대로 살아’라고 외치는 마당에 이런 것쯤이야.
그래서 난
뭘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