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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Dec 28. 2020

욕심은 글쓰기를 멈추게 한다.

체이스 자비스, <인생의 해답>을 읽고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다.

표면적으로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수상작을 발표할 때까지 쉬는(?) 것으로 했다 (내가 뭘 그렇게 열심히 썼다고 쉬기까지나? ^^;). 수상할 만큼 노력과 정성을 쏟지 않았음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혼자 온갖 망상에 빠져 살았다. 상금 500만 원을 받으면 어디에 쓰지? 당장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현실적 압박이 있지만 기분 좋게 가족들에게 계좌이체 쏴쏴쏴~  친구, 지인들에게도 단단히 한턱 내야겠지?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를 받으며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출간 작가’라니... 캬!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끝내... 비눗방울 같은 희망이었다.


수상작들을 살펴보았다. 깊이가 있거나 자기 색깔이 분명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을 보니 ‘라이킷’ 숫자가 많지는 않았다. 어떤 글들은 라이킷이 3~5개였다. 결국 ‘라이킷’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글 한 편당 ‘라이킷’ 숫자가 몇 백 개가 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내 글이 초라해 보일 때가 있었다. 심지어 그런 남의 글을 보다가 이미 발행한 내 글을 발행 취소한 적도 있었다. 일기도 아니고 어차피 남들에게 읽히기 위해 내보이는 글인데 독자의 공감을 적게 받는다면 그만큼 가치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갈래길에 섰다.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쓸 것인가?


잘 쓰고 싶었다. 내용이 깊이가 있거나 재미와 감동을 주거나 내 색깔이 분명하고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숲속을 헤매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선뜻 글을 쓸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지금도 이런데 수상작가가 돼 버리면 부담이 커서 더욱 그 다음 글을 쓰기가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부담이 돼서 오히려 글쓰기를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런 나에게 체이스 자비스의 <인생의 해답>은 용기를 준다.

“프로는 내키든 내키지 않든 무조건 일하러 간다. 결과물이 불완전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할 줄 알며 시작하면 끝을 낸다. 일을 끝내면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만의 규칙이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결과물이 불완전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할 줄 알며, 내키든 내키지 않든 무조건 창작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작가가 진정 프로다. 수많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충고를 한데 끌어모았을 때, 그 교집합은 '열심히 쓴다'와 '꾸준히 쓴다'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글이 초라하거나 형편없어 보여도 꾸준히 쓸 수 있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하다. 체이스 자비스에 따르면 “창조성 자체도 습관이다.” 다른 습관과 마찬가지로 창조성도 행위이며 강화되거나 자동화될 수도 있다. 그러니 뮤즈의 키스를 받기를 기다리지 말고 일단 쓰고 볼 일이다.


글을 쓰는 일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1.4킬로그램 남짓한 뇌가 전체 열량의 20퍼센트를 소모할 정도로 생각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생각을 글로 다듬고 표현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글을 오래 쓴 작가치고 뚱뚱하거나 얼굴에 기름기가 도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렇게 글 쓰는 일 자체에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데 자신의 글을 남의 글과 비교하거나 부담과 욕심까지 얹는다면 건강한 몸으로 글을 오래 쓰기가 힘들 것 같다.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는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해야 하는 것처럼 글을 행복하게 오래 쓰고 싶다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어깨에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양면성을 지닌다. 독자의 요구와 필요를 파악하고 시류에 발맞추어 글을 써서 세상에 내미는 것은 어찌 보면 글 쓰는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 태도로 보인다. 때론 그런 글이 시장성을 띠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 그것만 좇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꼬리를 쫓는 데 그칠 수 있다.


세상에 나는 하나밖에 없고 나만이 나의 삶을 살 수 있다. 나만이 나의 관점으로 본다. 그 관점을 어떻게 다른 사람과 공유할지 파악하고 꾸준히 많은 글을 쓰다보면 내 스타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일은 내면에서, 당신의 작품에서, 당신이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나와야 한다. 제자리에 앉아서 생각만 하지 마라. 작업하고 또 작업하고 또 작업하면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될 때까지 하라.”  - 체이스 자비스, <인생의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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