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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Jan 10. 2021

자기 돌보기

오랜만에 통화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길에 도전하기 위해 본업을 잠시 중단하고 수험생으로 일 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나머지 이석증과 공황장애를 겪어서 지금은 치료를 받으며 쉬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이 길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된다는 부담감, 지금쯤이면 이 정도까지는 도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감. 공부는 계획과 달리 착착 진행되지 않고, 낯선 용어와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며 스스로 너무 다그친 결과 몸에서 결국,

“나 도저히 못 버티겠으니 이제 제발 그만해!”

라는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지금이라도 몸의 신호를 받아들여 쉬고 있고 자신의 상태를 남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본업을 그만두고 올인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이 말려준 것도 지금 와서 참 다행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무작정 열심히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과 수분이 섭취된 몸으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달리기 시작해야 한다. 구간별로 달리는 속도를 조절하며 호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달린 탓에 발이 부르트고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앞만 보고 달린다면 결국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힘들고, 도달하더라도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일 것이다. 의욕과 열정이 넘쳐도 자기 돌보기에 소홀하다면 몸과 마음이 따로 놀 수밖에 없다.


다른 지인은 스트레스 때문에 어금니가 내려앉고 혀에 이상이 생겨도 일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오는데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여러 이유 때문이었다. 그이는 초가 자신의 몸을 녹이며 불을 밝히는데 자신은 녹아내린 촛농으로 불을 밝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야 할까? 이런 질문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들의 노력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수 있기에.... 그럼에도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슬프다. 힘든 세상, 우선 먼저 안부를 묻고 보살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니까.


© lauraintacom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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