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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Jan 29. 2021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보통의 존재들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내 안의 또다른 나와 잘 지내는 일이

나는 왜 그리 어려웠을까.”

-이석원, <2인조>


예민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에 대해 느낀 점이다. 50이 다 된 남자 어른도 이토록 예민할 수 있구나. 저자의 그런 예민함이 자신을 힘들게 해서 여덟 달 동안 화장실조차 기어가야 할 정도로 보행 장애를 겪고, 쉼없는 불안과 공포 및 온갖 피부 트러블, 이유 없는 가슴 두근거림 등을 겪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자기고백적인 글이다.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수차례 수정 작업을 거쳤다는 저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글은 체계적인 느낌 대신 의식의 흐름 같이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산만하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자에게 유일한 밥벌이가 된 후로 그렇게 쓰기 싫었던 ‘글’이 결국 그가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하고 화해하며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되었으리라는 것을...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걸까?

이전부터 아팠는데 이제 와서 그 아픔을 드러내는 걸까, 아니면 현대 사회가, 코로나 19 같은 작금의 상황이 사람들을 더 더 아프게 하는 걸까? 새로 나오는 책이든, 인터넷에 연재되는 글이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아침 명상이 좋다기에 아침에 누운 채로 눈만 겨우 떠서 명상 음악을 틀었는데 댓글에 담긴 사연들이 가지각색으로 기구하다. 아침부터 베갯잇으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침 명상은 포기했지만 댓글을 또 다른 댓글이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한편 다행스러웠다. 생면부지의 타인일지라도 자신의 아픔에 공감해 주고 위로를 건네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마음이 조금은 더 따뜻해졌을 것 같다.


책을 사는 사람들은 줄어드는데 책(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소위,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으로 특정 분야에서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가치를 높여서 인정받으려는 욕구도 물론 있을 것이다. 더하여, 힘들고 외로운 자신을 대면하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남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그래서 인정이나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요컨대 글 쓰기가 자기 치유의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석원의 이전 책 제목이 <보통의 존재>이다.

“난 달라!”

“난 특별해!”

제 아무리 고개를 치켜들고 외쳐 본들, 사실 우리는 다 거기서 거기인 보통의 존재들이 아닐까?

“뭘 그런 걸 갖고 그래? 넌 참 예민하구나. 그냥 쿨하게 잊어버려!”

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조차 사실 그다지 쿨하지 않다는 것. 누군가의 한 마디에 가슴이 찔려 오래 아파하고, 남들의 평판과 인정에 신경 쓰이는 우리라는 존재. 아파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너도, 그들도 다 그러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때론 위로를 받고 안심이 된다.


“이거 예쁜 거예요?”

내가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나만 던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아서 반가웠던 것처럼...  백화점에 걸린 옷을 자신 있게 들어 보며

"이거 예쁘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예쁜지, 안 예쁜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고,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면 선택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어떤 이에게는 간단치가 않다. 나는 옷을 사러 가서 점원에게 이 옷이 예쁜 것인지 물을 때가 있는데 사실 이 질문은 판단과 선택을 남에게 의존하는 것이라서 바보 같다. 그만큼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나말고도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래서 이런 산만한 책이 멋진 지식 체계를 전수해 주거나 큰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어주지는 못할지라도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건네준다. 그리고 그런 작은 위안이 사실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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