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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May 09. 2021

나만의 색깔을 담은 글쓰기

 조선우, <출판하고 싶은 너에게>를 읽고

- 내가 아니면 누구도 이 글을 쓸 수 없는가?

- 누군가 이 책을 사볼 사람이 있을까?

- 이 책은 세상에 나올만한 가치가 있는가?

저자는 출판사 메일함으로 오는 다수의 원고는 이 질문에서 셋 다 걸려 넘어진다고 한다.


"심하게 말해서, 책은 배설물이 아니야. 감정의 배설물도, 네 인생 이야기의 배설도 아니야. 적어도 상품이 될 만한 책은 다 그렇다는 거지. 네 일기장이 '그대로' 책이 될 수는 없어."


 "네 책이라고, 네가 쓰는 글이라고 너 혼자 자기만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다간 그냥 끝장나는 수가 있어. 그런 글은 너 혼자 일기장에나 쓰고 출판사에 원고 투고랍시고 보내면 안 되는 거야. 너의 감정 배설물을 읽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출판사 담당자를 생각해 봐. 안쓰럽지 않니? 출판사 업무의 특성상 야근도 자주 해야 하는 마당에, 너의 배설물까지 다 챙겨야 한다는 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지 않아?"


예전에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서메리 작가의 말을 듣고 반성을 했으면서 여전히 나는 일기를 쓰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내 감정의 배설물(?)들을 출판사에 투고랍시고 보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는 사실, 그래서 출판사 담당자의 업무 피로도를 높이는 잘못을 짓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랬으면 굉장히 미안할 뻔했다.


내 글은 내 감정의 배설물일까? 안에 있는 것을 쏟아 내니 배설 작용과 비슷하다. 글을 쓰고 나면 감정이 정화되니 그 역시 비슷하다. 그렇다면 나는 내 배설물을 독자에게 보이는 못된 짓을 저질러왔던 것일까? 내 글이 단지  감정의 배설물에 그친다면  글쓰기가 독자들에게 매우 무례한 행동이 될 것이다.


흙탕물을 휘휘 저으면 물이 탁하지만 가만히 두면 불순물이 아래로 가라앉아서 윗물은 깨끗하다. 가만가만 그 윗물을 조심스레 떠서 글에 담고 싶다. 내가  한없이 맑은 영혼을 지녔거나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니기에 처음부터 샘물처럼 맑은 물은 아니겠지만 흙탕물에서 맑은 물을 뜨는 심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는 영혼을 담는 행위'라는 말처럼 내 진정성이 독자들에게 작은 떨림이나마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저자는 빨리 출판하고 싶은 욕심에 여러 사람이 함께 출판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준다. 대신,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담는 글, 그 글들로 채워진 자신만의 성을 가질 것을 권한다.

"너 그거 아니? 아주 멀리 가다가 뒤돌아보면 자기 발자국이 좋든, 나쁘든 다 새겨져 있다는 사실. 인생이란 게 그래. 책은 더욱 남잖아. 요즘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와."


'출판사에 프러포즈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이 세상에 작가가 되고 싶은 모든 '너'를 위하여 출판 경력 20년차, 출판기획자가 보내는 러브레터' 형식을 띠고 있다. 친근하면서도 직설적인 문장이 돋보인다. 출판을 위해 필요한 점에 대해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출판사 대표로서 책이 '작품'이기전에 '상품'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포함해서... 어쨌든 책을 출판하는 것은 돈이 드는 일이고, 그렇게 해서 책이 안 팔리면 출판사는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출판사 직원들도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먹고살아야 하는 직업인이니까.


글 쓰는 것을 즐기고, 언젠가 내 책이 출판되기를 고대하면서도 내 책이 지니는 상품성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을 안 했다.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그 성패에 따라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이런 온라인 공간에서 글을 발행하는 것은 책임과 부담이 훨씬 가볍다. 아직은 일기처럼 그저 매일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지만, 정말 책을 출판하고 싶다면 저자가 던지는 세 가지 질문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내가 아니면 누구도 이 글을 쓸 수 없는가?

- 누군가 이 책을 사볼 사람이 있을까?

- 이 책은 세상에 나올만한 가치가 있는가?


© pasja1000,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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