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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Oct 07. 2020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

나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가수가 자신이 들은 말을 소개했다.

“네가 만들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현실적인 조언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가수가 대중의 선호도를 무시하고 마냥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단순히 자기만족에 그칠지도 모른다. 사회의 어떤 일이든 소위 need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때로 어떤 사람들은 선구자 같은 안목이 있는지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그것이 대중의 need와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 BTS가 그런 것 같다. 기존의 질서에 영합하려 들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을 표현한 결과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BTS의 팬 ‘아미’는 BTS와 함께 성장하고 성공하는 느낌을 받으며 든든한 지원군, 말 그대로 BTS의 Army가 돼 주고 있다. BTS의 리더 RM이 빌보드 시상식에서 같이 최고의 꿈을 꾸자고 말한 것도 ‘나만의 성공’이 아니라 나의 성공이 곧 너의 성공,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들을 살펴보며 내가 받은 느낌은 ‘사람들이 많이 지쳤구나’. 여행 관련 정보나 이야기는 온. 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잘 팔리는 소재 중 하나이고, 책도 두께나 내용에 있어 읽기 쉽고 공감되거나 위로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고 마음 토닥일 수 있는 책. 우울증 치료 과정을 적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어떻게 하면 상처 받지 않을까, 어떻게 내 할 말을 제대로 하고 살까, 또는 어떻게 내 마음을 다스릴까와 관련된 책들이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아저씨도 했다고 하는데 현대 서점가에서도 빠질 수 없는 주제 중 하나이다. 필요 때문인지 인문학이나 역사, 예술 관련 책들도 있지만 제목에서부터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각고의 노력이 돋보인다. 깊이 있고 전문적인 식견보다는 하룻밤에 후딱 읽거나 출퇴근길에 읽고도 이해가 되는 넓고 얇은 지식들을 표방하고, 방구석에서 ‘쉽고 재미있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책들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을 탓할 수 없다. 나 역시 책 읽을 때는 쉬고 싶다. 책 읽을 때조차 공부하듯이 머리 많이 쓰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 독서토론모임이 아니었다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안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제 슬슬 ‘행복’이니 자존감’이니 하는 것들이 좀 지겨워지고 있다. 카톡 대문글에 ‘행복해지자’라고 적힌 글을 보면 ‘이 사람이 지금 별로 행복하지 않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안타깝다. 그러는 한편 ‘왜 그렇게 기를 쓰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것저것 노력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행복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면 그것 자체로 이미 부담이다. 물론 그래서 많은 종교인들이 눈 감고 수련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을 클로즈업한 책 표지에 마음 비우고 감사하며 행복할 것을 권하는 책들도 많지만 굳이 따로 또 책을 사서 볼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굳이 수행을 하지 않더라도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있다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사람마다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이런 거야’, ‘행복해지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해’라는 말이나 노력, 굳이 필요한가?


  글쓰기를 시작한 후 꾸준히 쓰고 있지만 아직 내 글은 자기만족의 글이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연구하고 그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을 위한 현명함인가? 작가로서의 나의 성공을 위한? 혹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도움을 주기 위한? 전자는 욕심이고 후자는 오만인 것 같다. 다락방 장난감 상자처럼 나의 글들은 세상에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남에게 보여줄 것을 작정해 놓고도 정작 글을 쓰는 동안은 이것저것 생각지 않고 부담 없이 마구 쓴 글. 각자 다른 삶을 살지만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도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그냥 그런 일상 속 경험과 생각들의 기록. 나는 다만 그런 글을 쓰고 싶다.


© rachelcoyn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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