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C Book

오늘의 책: 최인철, <아주 보통의 행복>

by 양만춘

겨우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인데 가격이 17000원이다.

‘비싸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기로 한다.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작가의 사유와 시간과 노고에 비하면 비싸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작 <프레임>, <굿 라이프>가 모두 좋았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도 기대가 앞섰다. 실제로 남편과 다투듯이 봤다. 남편이 구입했으니 남편에게 우선권이 있다. 출, 퇴근길 지하철에서 보기 위해 아예 책을 갖고 가 버렸기 때문에 나는 저녁 시간에 찔끔찔끔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남편이 책을 두고 가서 하루 종일 내 차지가 될 수 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글이 참 잘 읽히는 책이다. 문장이 짧고 깔끔하다. 그러면서도 공감 가는 내용이 많고 생각해 보게 한다.

‘글은 이렇게 써야 되는구나.’

한번 더 배운다. 그리고 부럽다. 나도 언젠가 이런 책을 쓰고 싶다.


몇 가지 내게 와닿던 문장들을 옮겨 본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과 어울리면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면 좋아하는 것들이 명확해진다. 우리가 서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자식의 학벌이나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의 잔고다.”


“습관은 몸이 아니라 공간에 밴다. … 공간은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자동항법장치 같은 존재다.”


“자기만의 질문을 가져야 한다.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 주는 시그니처 질문을 만들어내야 한다. 개인이건 사회건, 그것의 품격은 그가 던지는 질문의 품격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흡족(洽足):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여 만족함

행복의 실체를 묘사하기에 이처럼 좋은 단어가 또 있을까? 흡족(洽足)에는 만족(滿足)이라는 단어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체념의 그림자가 없어서 좋다.”


“내성적인 동지들이여, 외향적인 사람의 역습을 경계하라. 사람 사는 재미란 서로 부대끼는 것이라며 또다시 회식과 회의라는 고전적 무기를 들이댈 때, 사람 사는 재미란 ‘꼭’ 필요한 사람과 부대끼며 지내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맞서라.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해야 했던 우리의 비루한 삶은 이제 끝났다.”


“행복 천재들에게는 특별한 4대 보험이 있다. …

좋은 인간관계(Intimacy)

자율성(Autonomy)

의미와 목적(Meaning & Purpose)

재미있는 일(Interesting job)


이 새로운 4대 보험의 이름은 ‘ I AM I(나는 나다)’다.”



삶에 밑줄 치기


소소한 즐거움이 필요할 때 종이책을 펼쳐본다.

책장을 넘길 때의 촉감과

바스락바스락 낙엽 같은 소리가 좋다.


마음에 쏙 드는 구절,

가슴을 저미게 하는 문장,

뒤통수를 치는 단어를 만날 때는 밑줄을 친다.


밑줄을 치는 순간

수동적인 독자에서 능동적인 독자로 거듭난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종이책에도

밑줄을 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사람,

경외감을 일으키는 풍경,

영감을 주는 작품.


삶에 밑줄을 치는 행위를

심리학에서는 음미하기 (savoring)'라고 부른다.

마음의 저장고에 오래오래 보관한다(save)는 뜻이다.


음미하기는

세상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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