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Word)과 칼(Sword)

품격있는 사람들의 향기로운 말

by 양만춘


‘말(Word)’과 ‘칼(Sword)’ 중 어느 단어를 먼저 만들었더라도 그다음 단어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이 둘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단어의 생김새가 비슷할 수 있을까?


말과 칼은 둘 다 사람을 해칠 수 있다. 강도가 손에 칼을 쥐는 순간, 상대방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거나 방어할 준비를 한다. 칼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에 보여 피할 준비를 할 수 있는 칼에 비해 말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피하기도 쉽지 않다. 칼에 베인 상처는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치료할 수 있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베인 줄도 몰랐다가 점점 상처가 곪고, 오랜 시간 고통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칼을 쥔 사람은 그로 인해 상대방이 다칠 것을 알지만, 말하는 사람은 그로 인한 상대의 고통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함부로 휘두르는 말로 상대를 다치게 하고도 책임과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말이 칼보다 더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강도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은 평상시 칼(sword)을 들고 다니지 않지만, 말(word)은 늘 갖고 다니며 무차별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곤 한다. 상대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공격을 받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상처를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온 몸에 독이 퍼진다.


혐오 표현을 내뱉으며 스스로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는 사람들, 욕설을 배설하며 스스로 욕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남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이 강력하다고 믿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얼마 못 가 피시식 연기도 흐릿하게 사그라져 버릴 것이다.


말은 칼처럼 사람을 해칠 수도 있지만, 구할 수도 있다. 칼이 사람을 꽁꽁 묶어 옥죄는 줄을 끊어 풀어주거나 상처를 잘라 고름을 빼내 치료해 주는 것처럼, 좋은 말들은 억압된 마음을 풀어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 '사람을 해치는 말'이 난무하는 이 시기에 '사람을 구하는 말'들을 찾아 그 안에 머물고 싶다. 말이 곧 그 사람이다. 품격 있는 사람들의 향기로운 말이 악에 받친 사람들의 혐오의 말을 덮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강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