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새벽 3시 50분.
오늘, 잠은 다 잤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 7시간이 돼 간다. 그 기쁨과 행복이 너무 커서 불을 끄고 누워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작가 신청할 때 sns 주소 쓰라는 칸이 있었다). 하루 방문자가 어떤 날은 4명, 어떤 날은 6명,... 댓글이나 공감 횟수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내 글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생각에 글쓰기 자신감도 떨어졌다. 언제 접어야 될지 고민도 했다. 블로그 이웃이나 공감수가 많아야 작가 되기 쉽다는 말은 절망적이었다. 최소한 지금, 그 수들이 브런치 작가가 되는 데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내 블로그 글들을 다시 보면서 오늘의 내가 과거의 나를 토닥거려주고 싶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고독을 견디고 있을 예비 작가님들께 내가 그 마음 안다고... 위로를 건네고 싶다. 부디 용기 내시길!
다음은 내 글쓰기 자신감이 바닥을 쳤을 때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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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X소리여!'
싶다. 내가 써놓고도 낯 뜨겁다. 잔뜩 폼만 잡고 시시껄렁한 소리나 해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발행 버튼을 누르고 글을 올렸다.
'쓴 글은 올린다'
는 내 나름의 정책 때문이다(그렇다. 나는 '정책'씩이나 가지고 있다 -.-;). 그래서 이 블로그가 아직도 인기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반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웃이 15명이다. 재방문율은 극히 낮다. 어쩌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오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혼자만의 일기를 쓸 작정이었다면 굳이 블로그를 열 필요가 없었다. 블로그를 연 것은 누군가에게 읽힐 작정을 했던 것이고, 그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 한두 달은 아직 초반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고, 바빠서 글을 못 올릴 때는 핑계가 좋았다. 글을 안 올리는데 읽으러 오는 사람들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요즘은 거의 매일 글을 올리는데도 그다지 변화가 없다. 이유가 뭘까? 한 마디로 재미와 감동이 없나 보다. 특히 재미있어야 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지 도통 감이 오질 않는다.
유튜브를 열어서 김창옥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웃음이 빵빵 터진다. 툭툭 뱉는 말들이 받아 적고 싶을 만큼 공감이 간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데 친근감과 호감이 생긴다. 한두 개만 보려고 했는데 이미 손가락이 다음 강의를 클릭한다. '사람을 끈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하면서...
이웃 수가 많은 블로그를 들어가서 글을 읽어 봤다. 요즘 고양이가 좋아졌다는 짧은 글에도 좋아요 공감이 130개가 넘는다. 뭐지? 그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리라. 그의 소식을 기다리는 이웃들은 그의 짧은 글에도 즉각 반응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라고 믿고 싶다 ^^;). 다른 글들을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신기하게 이 사람은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역시 친근감이 든다. 나도 그의 글에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김창옥처럼 명강사나 여러 사람이 찾는 블로거는 결국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킨다. 재미까지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런데 내가 그런 재주가 있는지 모르겠다. (없는 것 같어...)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은 너무 과한 것이었을까? 나는 사람을 모으는 데는 재주가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책을 내기도 어렵거니와 낸다고 해도 '망한 책'이 돼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 글을 쓰는 시간 자체는 좋지만 그 외의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해진다. 부질없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다.
"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 리베카 솔닛
이 글은 은유의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에 나오는데 은유는 "쓸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인 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한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라고 했다.
내가 글을 안 쓰고 살 수 있을까? 물론 먹고 자고 살아갈 수야 있겠지만 내 생활은 정리되지 않은 채 어수선하고 불안할 것이다. 나는 이미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의 힘, 내 안의 나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아 버렸으니까... 은유 작가의 말처럼 "재능이 있나 없나 묻기보다 나는 왜 쓰(고자 하)는가를 물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벌써부터 너무 자기 검열을 하지 말고 내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이다. 한 명이면 어떻고, 두 명이면 어떤가? 그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면 숫자에 상관없이 너무도 고맙고 소중한 내 독자들이다. 윌리엄 진서가 한 말을 가슴에 새기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저는 늘 제가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관중석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 윌리엄 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