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이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수업을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돼서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교실 뒷문을 열다가 발견한 낙서 흔적.
"문 좀 닫아 개 춥다고 제발"
작년 겨울이었을까? 아니면 재작년? 쉬는 시간마다 교실 문을 열고 나가는 친구들이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몹시 추웠던 뒷자리 아이의 간절한 부탁. 느낌표 두세 개 대신 하트 모양을 그려 넣은 것과 욕 대신 '제발'이라는 말을 쓴 걸 보면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아이 같다. 이 아이의 낙서 이후 친구들은 문을 잘 닫고 다녔을까?
이 여름. 이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더 이상 꼬리 긴 친구가 열어놓은 교실 뒷문을 대신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는 없겠지만, 추위에 어깨를 움츠릴 필요는 없겠지만, 함께 교실에서 웃고 떠들던 그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진 않을까?
다음날부터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는 발표가 있던 지난 8월 25일, 학교 계단을 내려가는 한 여학생을 마지막으로 보내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
교실 뒷문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 때문에 몹시추웠던, 그래서 몇 번이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을 아이.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