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접한 질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일 갑니다, 편의점>(봉달호)에서 편의점 주인아저씨는 매일 새벽 가게 문을 열기 전 한 시간 동안 자신만의 글쓰기를 한다. 그에게는 하루 중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 자기를 대면하는 시간. 그에게 글쓰기란 고단한 편의점 일을 하면서도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본사의 갑질도, 진상 손님도, 물류센터 직원의 실수도 그에겐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 그의 행복이 부러워서 글쓰기를 하고 싶었고, 글쓰기는 내가 인생이라는 바다에 빠지지 않고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돛단배가 돼 줄 것 같았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문장력을 구사할 수는 없더라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전문가는 그들만의 역량과 깊이가 있고, 아마추어 작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때론 덜 세련된 문장이 이해하기 쉽고, 다소 서툰 표현과 일상의 언어가 오히려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글에 담긴 평범한 생활 모습과 진솔한 생각이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점점 양념이 많은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이좋아진다. 강릉 원조 할머니가 해수로 슴슴하게 만들어주시는 흰 순두부찌개가 속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처럼,뛰어난 필력은 없지만내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김훈이 박완서의 글을 흉내 낼 수 없다고 한 은유 작가의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된다. 지리멸렬한 내 일상의 파편들을 있는 그대로 늘여놓는 일도, 그에 대한 나만의 해석과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일도 어쩌면 나만의 빛깔(비록 화려하고 매혹적인 색은 아닐지언정)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의 저자 김민태도 글쓰기는 자기 효능감을 높여준다고 했다. 그는 글쓰기에 한 번 빠지면,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내 배우고 성장하며 틈틈이 몰입하는 삶이 된다고 했다. 일단 경험을 기록하기, 일기부터 시작하기를 권유하는데 경험을 기록하면 글쓰기가 훨씬 쉽고 흥미로워지며, 일상에 마법 같은 변화가 찾아온다고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글쓰기를 시작했는데도 내가 작가가 강조하는 것처럼, ‘일단’, ‘자발적으로’, ‘내 경험부터’ 자유롭게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작가 은유는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응시의 힘’을 말했다. 똑바로 볼 수 있다는 건 두렵지 않다는 뜻이란다. 그녀는 삶이 굳고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고 한다. 나 역시 글쓰기는 굳고 엉킨 내 삶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내가 내 삶에 대한 마음 가짐을 다잡게 해 준다. 다잡는다는 것이 두 주먹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것만이 아니라 어지러웠던 내 마음이 덤덤해지는 것, 말하자면 컴컴한 하늘 아래 거칠게 파도치는 바다가 파란 하늘빛 아래 잔잔하게 물결치는 바다로 변하는 것이다. 때론 하늘이 햇살 보일 만큼 완전히 개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파도의 물살이 한풀 꺾이기는 한다.
글 쓰는 일을 통해 나는 내 삶을 똑바로 응시하고, 위안과 힘을 얻고 있다. 세상의 한 구석에서 묵묵히 삶을 일구며 수줍게 내미는 내 글들이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울림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꾸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