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으로 만났던 로버드 치알디니가 저자로 참여했다. 세 명의 저자가 썼는데도 책은 두께가 얇고 읽기 편하다. 프롤로그에
"이 책은 2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읽는 데 기껏해야 5~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라고 안내된 것처럼 금방 읽힌다.
책 뒷면에 쓰인 말이 재밌다.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보고
참을 인이 세 번이면 호구되는 세상!
손해 보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작지만 강력한 호구 해방의 심리학!]
책 앞면 표지에는
"인간은 작은 것에 흔들리도록 설계되었다"
라고 쓰여 있다. 그 '작은 것'을 포착하고 활용하는 것이 삶의 기술이 될 것이다. 표현 방법의 차이가 호구 해방의 길을 연다. 예를 들어, "괜찮아.", "고맙긴 뭘.", "나도 도와주게 되어서 기뻐."는 호구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여기서는 다들 그렇게 하는데, 뭐.", "네가 내 상황이었더라도 날 도와주었을 거야."라는 말은 상대방이 자기가 받은 만큼의 친절을 갚기 위해 노력하게 한다는 것이다.
[모든 관계는 칭찬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내게 호감을 갖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나도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진정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도 그 사실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호감을 가지는 사람에게 'yes'라고 대답할 확률이 더 높다. 마찬가지로 나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주는 누군가에게 'yes'라고 대답할 확률도 더 높다....
진정성 있게 상대의 매력을 칭찬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전략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장점을 찾기 어려운 사람에게서 좋아할 만한 점을 찾는 데 집중하다 보면 그 사람이 조금 더 좋아질 수도 있다. 타인에 대한 감정은 행동을 통해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에 대해 좋아할 만한 점을 생각하다 보면 생각의 틀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평소 껄끄럽던 사람이라도 칭찬을 반복하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데 영향을 미친다.]
[라벨링 전략이란 어떤 요구를 하기 전에 그 사람과 어울리는 특징, 태도, 신념과 연관된 라벨을 붙인 다음 그 라벨에 어울리는 행동을 끌어내는 전략이다....
누군가에게 라벨링 전략을 사용할 때는 설득하고자 하는 대상의 능력과 경험, 성격 등을 솔직하게 반영해서 특징이나 태도, 신념, 행동 등의 라벨링을 해야 한다. 또한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상사일수록 장점에 대해 대놓고 칭찬하는 것이 아첨하는 것 같고 낯간지러워서 어려웠다. 하지만 편하고 좋은 것만 취하면서 살 수 없듯이, 이런 노력도 삶의 기술이자 전략으로 삼고 노력할 필요를 느낀다. 또한, "타인에 대한 감정은 행동을 통해 생기기도 한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불편하고 싫은 사람에 대해서도 의식적으로(고통을 수반할지라도) 좋아할 만한 점을 찾다 보면 생각의 틀이 바뀌고 그 사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게 될 수 있다는 말은 희망이 된다. 험담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부정적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고 확고해지는데 그렇다고 피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일상의 괴로움은 더 커지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귀하게 여겨야 다른 사람도 내 시간을 귀하게 생각해 준다. "그날은 하루 종일 한가하니 당신이 편한 시간으로 하세요."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토요일이 좋습니다. 네 시나 일곱 시가 좋겠군요." 이런 식의 말이 훨씬 낫다.]
상대방이 편하게 생각하라고
"난 아무 때나 괜찮아."
라는 말을 흔히 해 왔다. 가급적 상대방 편의에 맞추려는 내 의도가 내 시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되었다니 이제는 표현을 달리해 봐야겠다.
[대화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가 상대가 우리에게 기분 좋은 감정을 갖게 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발표를 할 때는 자신에게 물어보라.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되고 싶은 모습 혹은 주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마지막에 하라.]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과정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마무리를 잘하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 대화, 인간관계, 발표,... 모든 면에 있어서 마찬가지. 마지막에는 즐거운 이야기로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심리 마케팅학과 교수(로버트 치알디니), 경영학과 교수(노아 골드스타인), 컨설팅업체 디렉터이자 작가(스티브 마틴)이다. 자신들을 설득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라고 소개한다.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패턴을 다양한 연구 사례를 통해 연구한 결과를 모아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소개된 책들은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여러분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더욱 강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라고 한다.
쉽게 호구가 되는 것 같고, '친절이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나 속상할 때도 있다.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이용하는 기술을 알아두는 것은 어쩌면 나를 지키는 길인지도 모른다.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기 위해 그들의 수법을 알아둬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 책에 나온 설득의 기술들은 내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이 사람을 이용하기 위함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하다. 이러한 기술들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은 뭣도 모르고 그저 당하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그래 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