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과 입시를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크게 몇 가지 있다. 음악 이론인 화성학, 이론을 응용하는 작곡, 그리고 피아노.
나는 속전속결로 레슨 선생님들을 알아보고 결정했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지하철을 몇 번 타보지도 않았던 나는 그렇게 학교 수업이 끝나고 주 2회 서울로 레슨을 다니게 됐다. 왕복 4시간이 걸려 서초-관악 일대를 밥 먹듯 오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 그렇듯 열정이 넘치다 못해 줄줄 흘러내렸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음악을 전공할 수 있다니,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니! 쉬는 시간마다 레슨 숙제를 하고, 하교하면 숙제를 하고, 신이 나서 매일 시간을 할애했다. 원래 처음 시작하는 건 모두 설레는 법이다.
한 달, 두 달, 몇 달이 지나 이제는 매주 지하철을 타는 게 익숙해졌다. 무념무상으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이동했고, 12시 직전에 피곤에 찌들어 집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심자에게 주는 버프 같은 건 진작에 끝난 것이다. 이건 내 꿈을 이루는 방법이자 모든 수험생이 겪는 입시 경쟁이기도 했다.
점점 어려워졌다. 분량은 많아지고, 난이도는 높아지고, 외워야 할 건 많아지고, 내가 소화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만 갔다. 3학년이 되니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졌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수험생 고3이 되어버린 것이다. 늘 불안하고, 경각심이 생기니 초조했다. 바쁘게 레슨실 사이를 오가는 동안엔 밥도 거르기 일쑤였다. 저녁은 거의 굶거나, 선생님이 챙겨 주실 때나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절로 안 좋아졌다.
나는 워낙 잘 먹고 잘 뛰어다니며 큰 터라 살면서 튼튼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순식간에 위경련도 오고, 만성 소화불량도 오고, 저혈압에 저혈당 쇼크도 자주 왔다. 건강을 챙기겠다고 특단의 조치로 밀가루를 끊어보기도 했다. 2년 좀 안 되는 기간 동안 참 온갖 일이 있었다.
점점 벅차기 시작했다. 그 당시 철없는 머리로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이게 맞나,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다들 이 정도는 힘들어하며 사는 건가, 내가 엄살을 부리는 건가? 난 왜 이렇게 어려워할까. 왜 이리 어렵지?
이제껏 좋아하는 건 늘 잘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사회가 학생에게 바라는 것들을 내가 좋아했다. 그래서 싫어하는 건 못해도 별로 상관없었다. 근데 내가 좋아하고 잘해야만 하는 걸 못하니까 그 스트레스가 점점 커졌다.
그러다 그냥 문득 깨달았다. 나는 음악에 재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