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휴학을 선택해 질릴 만큼 쉬어보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자 이런저런 활동도 많이 했다. 그러다 고학년이 되면서 나도 자연스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작곡을 전공하면 무작정 프리랜서가 되겠거니 했다. 드라마나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삶. 실제로 영화과의 단편영화 외주를 몇 개 맡아 작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계속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 세상에 천재는 많고, 난 그 천재가 되진 못한다는 것. 대학교에 들어와 여러 사람들과 만나니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도 있고, 진심으로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늘 그들에게서 좁힐 수 없는 간격을 느끼곤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프리랜서 작곡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게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깨달은 후, 다시 고민이 깊어졌다. 밥벌이와 예술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예체능생의 흔한 고민들. 작곡은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박을 치던가 쫄쫄 굶던가의 문제라는 말을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참 많이 했었다.
숱한 고민 끝에, 나는 작곡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나름 나쁘지 않은 차선책을 찾아냈다. 순수예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어쨌든 사운드를 다루고 창작과 반복업무가 반반 섞인. 벌이가 불안정한 프리랜서와 달리 회사에 취업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직무였다. 특정하지 않고 말로 풀어보니 이게 뭔가 싶긴 하지만, 내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부모님께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그래서 취업준비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사실 그동안 말은 못 했지만 내가 예술을 하면 사람도 안 만나고, 사회생활도 못하고, 골방에 앉아 머리를 뜯어가며 외롭게 살아갈까 봐 걱정했다고 하셨다.
“그, 뭐야... 우린 네가 그거 될까 봐. 히... 히키....”
“...히키코모리요?”
“그래, 그래. 그거.”
...뭐 대충 이런 대화를 했었다.
어느덧 4학년 2학기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나는 졸업연주회 준비와 함께 취업 준비의 준비를 시작했다. 다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이 기분이 좋았다. 부랴부랴 돈을 모으고,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음대생들 지인 졸연시즌 필수템 준비 ^__^)
시험, 학기작품, 졸연작품 준비와 병행하자니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심정이었지만, 영 싫지만은 않았다.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듯한 그런 설렘. 또다시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글을 쓰면 한 두 달은 합계 조회수가 10만 나와도 감사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대체 이 많은 글 사이에서 어떻게 발견하고 오신 거지? 작곡과 입시와 대학 이야기가 궁금해서 오신 걸까, 아니면 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오신 걸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처음엔 나의 마음을 기록하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결심했다. 또, 보잘것없어 보이는 내 인생도 특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는 십 년이 넘는 회사 경력이나 전문성을 지니신 대단한 작가님들이 많다. 남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정보가 필요한 독자들을 끌어당길 수도 있는 분들. 그 사이에서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초반 3화를 적어 작가 신청을 해놓고도 도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 면에서 브런치의 작가 선정 시스템이 좋은 것 같다. 일단은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읽힐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느낌? 덕분에 시작하기 전,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뻔하고 가식적인 얘기로 읽히겠지만, 나는 정말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 1인분을 하는 것조차 고되고 어려운 사회, 일을 하고 싶은데 뽑아주는 곳은 없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도무지 모르겠고, 그냥 세상에 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고민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공을 포기하고 방황 중인 내가 그렇듯이.
다 어느 정도만 할 줄 아는 나는, 내세울 것 하나 없던 나는 누군가에게 위안과 위로를 주고 싶다는 무척 큰 꿈을 갖고 글을 쓴다.
하고자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런 막무가내의 고집과 다짐으로 일단 시작하고 봤다. 때때로 세상에는 ‘모르겠고 일단 냅다 시작해 보자’의 마음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