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많은 일이 잇엇어 힘들다진짜
번외 느낌의 전편에서 다시 음악을 놓지 않았던 때로 돌아와서, 그리고 약 1년의 공백은 흐린 눈을 하고....
취업 준비를 꾸준히 했다. 1년 넘게 시간을 쏟았다. 나름 내 성향과 잘 맞았고, 재미도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소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열심히 레슨도 받았고, 학원도 가보고, 집에서는 밤낮 할 거 없이 남는 시간은 전부 취업 준비에 할애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진했던 것 같다. 나한테 다른 길은 절대 없다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선생님의 칭찬도 자주 들었고, 그래서 내가 잘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다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 작업물이 마음에 안 들었고, 계속 의심이 되었다. 정말 이게 괜찮은 거 맞나, 이게 진짜 맞나....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과 초조함은 커지고, 막연히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마음도 조금씩 사라져 갔다. 시장은 불경기라고 하고, 공고는 올라오지 않고, 한 번 올라오면 경쟁률은 기본 세 자리 수고, 그냥 모든 게 다 막막했다.
모아놓았던 돈은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연락이 없으니까 더 넣기가 두려워졌다. 그러던 중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취업하는 걸 보니까 자신감도 더 떨어졌다. 누가 취업은 운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주차장에 들어가는 거랑 똑같다고 하던데 전혀 위안이 안 됐다.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수순처럼 작업과 집중이 힘들고, 그러니까 다시 자존감이 떨어지고.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매 순간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다. 그러고 나니 점점 건강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매일 몇 시간씩 헤드폰을 끼고 살다 보니 이명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이랬다.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고 많이 힘들었다. 분명 그랬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내 상태에 대해 잘 몰랐다. 내가 힘든지도 몰랐고, 이렇게 벅차하는지도 몰랐다. 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그저 내 의지가 약해서인 줄 알았다.
난 어렸을 때부터 ‘넌 의지가 약해’라는 말을 귀가 닳게 들으며 자랐다.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려 군다고.
앞서 1화에서 말했듯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솔직히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끈기 없어 보이는 내가 못마땅하거나 걱정돼서 그런 말을 했겠지.
아무튼 이런 환경에서 커보니 뭔가 힘든 상황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이건 내 의지 탓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던 것이다. 힘든 것도 내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 벅찬 것도 내가 하기 싫은 걸 가지고 자꾸 이러쿵저러쿵 합리화하기 때문. 어느 날은 레슨을 가야 하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몸이 저절로 웅크려졌다.
그런데도 나는 순간적으로,
‘안 갈 정도로 아픈 건 아닌가?’ ‘이거 가기 싫어서 괜히 내가 병을 만들어낸 거 아닐까?’ ‘일단 가면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었을 수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있을 것만 같다. 대한민국은 노오력을 강조하는 나라라서 좋지 않은 모든 결과가 다 본인의 부족 때문이고 잘못 때문이라고 믿게 만드니까. 나 같은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의지를 탓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이미 충분히충분히 힘든 상태일 수도 있다.
아무튼.... 추가적으로 이런저런 이유와 상황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그만두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서 막 울었다. 그렇게 나는 약 일 년 반을 해온 취업준비를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