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장생활:신입사원 이 부장이야기(실전 편)

#1. 커뮤니케이션 이리 어려운 거였나?

by 작가 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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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다시 배우는 18년 차 이 부장이야기

1편.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18년이면 강산이 두 번은 변한다고 한다.
내 명함도 그만큼 바뀌었다.

팀원도 해봤고, 팀장도 해봤다.
밤을 새운 프로젝트도 있었고, 박수받으며 끝낸 일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마음도 있었다.

“이 정도면 직장생활, 알 만큼 알지.”

그런데 부서 이동 한 번에
그 믿음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경력은 쌓였는데, 통역이 필요했다

이전 부서에서는
내가 말을 꺼내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한 문장만 던져도
그 뒤의 맥락을 읽어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했다.
오래 함께 일한 사람들 사이에는
공기가 먼저 이해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새로운 부서는 달랐다.

같은 말을 해도 표정이 멈췄고,
같은 제안을 해도 질문이 엇나갔다.

어느 날은
‘이 사람이 준비를 덜 했나?’
하는 눈빛도 느껴졌다.

그날 퇴근길,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혹시…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나는 맥락을 말했고, 그들은 오늘을 물었다

나는 습관처럼 큰 그림을 본다.

지금의 선택이 1년 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조직이 커지면 어디에서 삐걱거릴지.

그래서 회의 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지금은 A지만, 장기적으로는 B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면 돌아오는 질문은 대개 이랬다.

“그래서 지금은 뭘 하면 되죠?”

나는 전략을 말했고,
그들은 실행을 물었다.

그제야 알았다.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얼마나 깊이 생각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의 문제라는 걸.

나는 내 생각을 설명하고 있었고,
그들은 오늘 당장 움직일 방향을 찾고 있었다.


맞는 사람보다, 선택받는 사람

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가 처음 말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봐, 내 말이 맞았잖아.’

속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순간의 회의에서
나는 힘을 얻지 못했다.

왜였을까.

나는 정답을 말하려 했고,
그들은 합의를 원하고 있었다.

회의는 시험장이 아니었다.
누가 맞는지 가리는 곳이 아니라
함께 고개를 끄덕일 지점을 찾는 자리였다.

조직은
가장 멀리 보는 사람을 따르기보다
가장 많이 공감받는 사람을 따른다.

이 단순한 사실을
18년 차가 되어서야 배웠다.


내가 바꾼 건, 거창하지 않았다

그래서 큰 결심 대신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1. 결론부터 말하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문장을 먼저 꺼냈다.
맥락은 나중에 풀어도 늦지 않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쁘다.
내 사고의 여정을 다 따라올 여유가 없다.


2. 의견 대신 숫자로

“전략적으로 필요합니다” 대신
“현재 손실률은 12%입니다”라고 말했다.

의견은 토론을 부르고,
숫자는 질문을 정리한다.

감정의 온도를 낮추는 데
숫자만큼 효과적인 도구도 없다.


3. 반대하지 않고 확장하기

“그게 아니라요” 대신
“지금 말씀 주신 방향에 더해…”라고 말했다.

말 한마디 바꿨을 뿐인데
나는 비판자에서 파트너가 됐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틀렸다’는 말보다
‘같이 가자’는 말에 더 쉽게 마음을 연다.



혹시,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면

내 말이 자꾸 오해받는 느낌.
준비는 많이 했는데 인정은 덜 받는 기분.
틀린 건 아닌데 힘이 실리지 않는 순간.

그게 능력 부족은 아닐지도 모른다.

조직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쉽게 이해되었는가 다.

이해는
논리보다 순서에서,
정답보다 톤에서 결정된다.


18년 차도 다시 배운다

나는 요즘,
조금 겸손해졌다.

경력이 많다는 건
모든 조직에서 통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부서 이동은
나를 초년생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다시 성장하고 있다.

이 글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력은 쌓였지만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사람.

그 마음을 기록하는 이야기다.

18년 차 이 부장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돌아보니
그 시작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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