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Blues
1월 첫 주에 펫시터에 지원했다. 지원서 제출, 온라인 면접과 강의 및 시험까지 치르고 합격했다. 면접이라는 건 2008년 이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온라인이어도 제법 긴장했는데 다행히 합격하고 꼬박 하루를 탈탈 털어 온라인 강의를 2회 차 수료하고 -무려 수강생의 수강 태도까지 점검하는 매서운 곳(?)이었다- 설문조사 같은 시험을 치른 뒤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났는데 해당 업체에서는 통과율이 10%라고 했다. 이런 경쟁률, 대학 입시 이후 처음이었다. 경쟁 별론데, 경쟁을 하다니. 그 와중에 통과하다니. 나 칭찬해.
1월 셋째 주부터 펫시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16건의 돌봄을 진행하는 동안 후기가 3개나 달리고 단골이 2명이나 생겼다. 3명의 고객은 입을 모아 ‘꼼꼼하다’고 칭찬해 줬다. 꼬꼬마 때도 잘한다 칭찬받은 기억이 없는데 이 나이에 칭찬이라니, 너무 좋잖아! 나란 사람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고작 2주 남짓한 시간이지만 이런 관계, 저런 관계에 대한 생각을 했다. 고양이와 함께 산 14년 동안 가을, 봄, 춘분에게 관계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말이 통하지
않기로는 고양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 감정의 온도로 대화하는 편이 더 나을 때가 많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어쨌든 나는 사람이니까 온도뿐만 아니라 대화도 나누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러나 대화의 길은 좁고 험한 오프로드 중 오프로드. 발바닥이 아프거나 말거나 일단 걸어가는 수밖에. 당장의 술값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어쩐지 도 닦는 기분이다. 남의 고양이 돌보며 사람 마음을 안심시키고, 세상 모든 고양이 만나며 눈 호강하는 동안 지금껏 걷지 않았던 골목길 하나, 내 발로 닦아두면 나는 좀 더 충만해지겠지. 그러다 보면 내가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는 날도 오겠지...?
그나저나, 좀 신난다. 대책 없이 백수가 되기로 했던 서른 살 이후로 또 한 번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나는 무엇이든 돌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역시 멋대로 사는 거,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