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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cktail Blues

002 - 미용실

Cocktail Blues

by 유정

모처럼 머리카락을 다듬으러 미용실에 갔다. 20년 가까이 다니던 곳이 아니라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있는 곳에 갔다. 이유는 ‘그냥 그러고 싶어서’. 안식월 끝나고 한 달만의 출근길에 반드시 마음을 다잡아야 할 일이 있기도 했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서‘ 새로운 곳에 갔다.


헤어디자이너도 나도 필요한 말만 하고 고요하게 두 시간을 보냈다. 머리카락들은 한결 차분해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쌍가마’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나는 누군가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는 것과 누군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빗질해 주는 것을 꽤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꽤 많이’ 좋아하는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음에도 미용실이 마냥 편안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영역동물이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고양이와 살다 보니 고양이가 다 됐는지 내 영역에 집착하고 내 영역 아닌 곳에서는 고장 나기 십상이다.


하룻밤 같은 한 달의 안식월이 끝났다. 이만하면 기분 좋게 마무리한 셈이다. 좋은 기분을 느낀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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