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Blues
무려 한 달 만에 공방에 갔다. 이런 사정, 저런 사정으로 공방 수업을 쉬면 멀리 떠난 여행지에서 그리워지는 고양이만큼 그리운 공간이다.
신기하리만큼 어른다운 두 어른 사이에서 조물조물 흙을 만지다 보면 마음이 풀린다. 공방은 음악과 자잘한 소음 불빛 온도 습도 무엇하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져 있다. 어찌나 좋은지! 어른들과 나눈 이야기는 그 온기가 꽤 오래가는데 종종 ‘엽엽하다’는 단어를 남기고 간다.
겨울은 잔혹한 계절이다. 엘리엇, 겨울에 비하면 봄은 양반이라고!
햇살이 온 세상을 다 품을 듯이 세상 따스하게 빛나서 괜찮겠지 싶어 밖으로 나서면 살을 에는 한기가 온몸으로 파고든다. 손끝 발끝부터 성에가 끼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도 저기 온기 가득한 햇살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가 닿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면 다 괜찮을 거라고 믿고 또 걷게 만드는 데 잔혹하지 않을 수 없지. 봄은 나무껍질이든 땅이든 찢어발기느라 바빠서 눈에 뵈는 게 없는 계절이라고.
그런데 이토록 잔혹한 계절이 언제부터 계속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쯤, 기어이 따스한 햇살 곁에 온 것이다. 내게는 공방이 그런 곳이다. 이 햇살 속에 오래오래 오래 잠겨 있고 싶은데.
에라, 몰라. 일단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