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Blues
혼자 살면서 내 집에 나 아닌 생명은 고양이들 뿐이었다. ‘스스로’ 고양이들, 알아서 자고 먹고 화장실도 가고.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의 각자 영역이 분명하고, 고용 공간도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나와 고양이들은 제 할 일 하다 서로 돌보다가도 적당히 거리를 두는 룸메이트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시시각각 돌봐줘야 하는 생명들이 내 집을 찾기 시작했다. 식.물.들. 때로는 선물처럼 왔고 어느 때는 고양이들을 위해 왔다(캣닢, 캣글라스, 고양이 홀린다는 풀잎들). 심지어 실험을 위해서도 왔는데, 어쩜 오는 족족 말 그대로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식물과의 동거는 포기한 지 오래였는데... 그저 귀엽다는 이유로 이끼를 들였다.
물 스프레이 한 번 챡, 뿌려주고 뚜껑 덮어주는 것만으로 돌봄이 끝나는 이 귀여운 초록색. 초록이들이 오자마자 집을 비우는 바람에 깃털나무 이끼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비단 이끼는 살아남았고, 비단 이끼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싶어 새 깃털나무 이끼를 들여 화분을 재정비했다. 집 안에 작은 초록이 있다는 건 좋은 거였다. 매일 한 번씩 볕 드는 창가에 자리 잡은 초록이들 안부를 확인하고, 아주 자세히 보고 또 봐도 어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당최 알 수 없는 초록이들이 귀여운 걸 보니, 하고 많은 식물들 중에 이끼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리 매일 본다고 해도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나, 이끼들. 그래도 살아가는 이끼 그리고 나. 약간의 물과 햇빛만으로도 충분한 이끼와 소소한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해지고 싶은 나.
나보다 이끼가 낫네. 그런데 이끼한테서도 배우는 나도 좀 괜찮네.